올 시즌 3경기에서 25이닝 동안 단 1실점, 사사구도 1개뿐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라이언 피어밴드(32·kt wiz)는 '제구가 되는 너클볼'을 던진다.
손톱으로 밀듯이 던지는 너클볼은 공의 회전을 거의 없애 포수조차 낙구 지점을 알 수 없을 정도로 흔들린다.
피어밴드의 너클볼은 '정통 너클볼'만큼 변화가 심하지 않다. 대신 '제구'가 된다.
적당한 흔들림에, 투수가 스트라이크·볼을 예측하고 던지는 피어밴드의 '변형 너클볼'에 KBO리그 타자들이 연거푸 쓰러지고 있다.
피어밴드는 15일 서울시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LG 트윈스와 방문 경기에 선발 등판해 9이닝을 7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았다. 사사구는 단 한 개도 내주지 않았다.
이날 경기가 연장으로 흘러, 피어밴드는 2경기 연속 완봉승 달성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피어밴드의 위력을 재차 증명했다.
승부구는 단연 너클볼과 체인지업이었다. 이날 LG 전력분석원이 분류한 너클볼은 18개였다.
앞선 두 차례 30여 개를 던졌을 때보다 너클볼 비율을 줄였다.
그러나 승부처에서는 너클볼을 던졌다. 날카로운 체인지업 28개는 미끼로 썼다.
경기 뒤 피어밴드는 "상대가 내 너클볼에 대비하고 있다고 해서 오늘은 너클볼 구사율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피어밴드는 1회초 선두타자 이형종에게 좌익수 쪽 2루타를 맞았으나, 너클볼을 활용해 손주인과 박용택, 루이스 히메네스를 연속해서 범타 처리했다.
이후에는 이렇다 할 위기조차 없었다.
시속 120㎞대 흔들리는 너클볼을 던진 후, 시속 144·145㎞의 직구를 던지는 볼 배합에 LG 타선은 힘을 쓰지 못했다.
올 시즌 3경기, 피어밴드의 기록은 경이로울 정도다.
그는 3경기에서 25이닝을 소화하며 3승을 챙겼다. 실점은 1개뿐이다. 당연히 평균자책점 0.36으로 이 부문 단독 선두다.
첫 등판이던 4월 2일 SK 와이번스전 3회부터 15일 LG전 9회까지 23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도 이어가고 있다.
사사구는 9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내준 몸에 맞는 공 1개뿐이다. 볼넷은 아직 한 개도 허용하지 않았다.
피어밴드가 등판하는 날이면 kt 야수들의 집중력은 더 높아진다.
피어밴드는 "볼넷보다 안타를 맞는 게 낫다. 우리 야수들이 안정적인 수비로 든든한 지원을 한다"고 동료들에게 고마워했다.
피어밴드는 2015년부터 KBO리그 무대에서 뛰었다. 하지만 지난해까지만 해도 '팀의 두 번째 외국인 투수' 정도로 평가받았다.
너클볼로 무장한 올해는 10개 구단 투수 중 가장 강렬하게 시즌 초를 시작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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