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자유 침해소지 있어…인권교육"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기자 = 주민센터 동장이 주민단체가 돌린 인쇄물을 무단 수거한 것은 표현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국가인권위원회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16일 세곡지역주민연합회 회장 정모씨가 강남구 세곡동주민센터 동장을 상대로 낸 진정을 받아들여 강남구청장에게 해당 주민센터 공무원 인권교육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정씨는 지난해 3월 주민연합회가 세곡동 아파트 우편함에 돌린 인쇄물을 주민센터 직원이 무단 침입해 수거했다고 진정을 냈다. 정씨는 폐쇄회로(CC)TV 영상으로 확인했다.
주민연합회는 당시 교통망 확충, 지하철역 건설, 도서관과 학교 등 기반 시설 확대를 요구하는 과정에 강남구·세곡동주민센터와 마찰을 빚었다. 인쇄물에는 이러한 내용이 담겼다.
정씨는 주민센터 직원들이 무단으로 인쇄물을 수거한 행위가 주민 알 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뿐 아니라 현주건조물 침입과 절도 등 범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동장은 "동장 등의 실명과 함께 허위사실이 적시된 인쇄물이 1만여장 이상 배포돼 이를 수거하라는 민원이 빗발쳤다"며 "배포량 실태를 파악하고 증거를 수집해오라고 지시했고 직원들이 증거물 수집 차원에서 총 300여장을 수거했다"고 해명했다.
동장은 주민연합회가 비방 의도를 가지고 인쇄물에 특정인 실명을 거론하고 주민 간 편을 가르는 내용을 담아 갈등과 반목을 조장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인쇄물 배포 현황과 내용을 확인하려면 인쇄물이 꽂힌 우편함과 인쇄물 자체를 촬영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며 "인쇄물을 수거한 행위는 증거수집 범위를 넘어 배포를 차단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인쇄물 내용이 허위·비방이라는 주장에는 "일부 명예훼손 소지가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구청장 독선적 행정을 비판하고 지역주민에게 호소하는 등 공공 이해에 관한 사항"이라며 '표현 자유'로 보호받을 수 있는 인쇄물이라고 강조했다.
인권위는 아울러 인쇄물에 인격권 침해 등 문제가 있어도 가처분신청 등 사법조치 없이 행정기관이 임의로 수거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강남구는 이 권고를 받아들여 최근 세곡동주민센터 전 직원을 상대로 인권교육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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