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판 2개호 내고 중도하차…美 모기업과 갈등 빚은듯
(뉴욕=연합뉴스) 김화영 특파원 = 미국 패션잡지 보그(Vogue)의 중동판인 '보그 아라비아'의 첫 편집장이 취임 1년도 안 돼 교체됐다.
보그 아라비아의 창간을 앞둔 작년 7월 편집장으로 발탁된 사우디아라비아 공주 디나 알주하니 압둘아지즈(42)가 물러났다고 패션 전문지인 '더 비즈니스 오프 패션'이 15일(현지시간) 전했다.
압둘아지즈는 이 잡지에 보낸 보도자료에서 자신이 모기업인 미국의 출판기업 '콩데 나스트'로부터 해고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발행인의 접근 방식이 우리 독자들이 가진 가치, 그리고 그 가치를 진정성 있게 실현하려는 편집장의 역할과 충돌한다고 느꼈다"며 "나는 타협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콩데 나스트는 현재 '보그 포르투갈'의 마뉘엘 아르노 편집장이 5월 7일부터 보그 아라비아를 맡을 것이라고 밝혔다.
보그 아라비아는 작년 10월부터 온라인판을 냈고, 인쇄판으로는 지난달 첫 호를 냈다. 불과 2개 호를 내고 편집장이 바뀐 것이다.
압둘아지즈가 적지 않은 의욕을 가졌으나 관철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압둘아지즈는 앞서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보그 아라비아의 독자는 전통을 중시하면서도 자신을 고등교육을 받은 세계 시민으로 여기는 그런 여성이 될 것"이라며 중동 여성들이 이미 1960년대부터 세계 패션계의 주요 고객이었으나 세상에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랍이 정확히 어떤 곳인지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다. 옷 입는 방법에서부터 큰 오해들이 있다"면서 "패션이라는 통로를 통해 이런 것을 바로잡는 게 내 임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얼굴 전체를 베일로 가린 두 명의 여성 사진을 올려놓고 "우리가 어떻게 인식되는지 보여준다"고 적었는데, 패션계에서는 그녀가 느낀 좌절감의 표현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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