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태국의 절대왕정을 종식하고 입헌군주제의 기틀을 마련한 1932년 민주화 무혈혁명을 기념해 설치됐던 기념판이 국왕에 대한 충성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바꿔치기 돼 논란이 일고 있다.


16일 더 네이션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방콕 두싯 궁전 박물관 앞 광장에 설치돼 있던 민주화 혁명 기념판이 최근 누군가에 의해 철거됐다.
이 기념판에는 "1932년 6월 24일 새벽, 인민당은 이 자리에서 국가의 번영을 위한 헌법을 탄생시켰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민주화 혁명 기념판이 철거된 자리에는 "불교 삼신(三神)과 국가, 가족을 믿고 국왕에 충성하며 스스로를 국가 번영의 엔진이 되도록 하는 것은 옳은 일이다"란 글이 적힌 다른 금속판이 부착됐다.
태국 정부는 기념판이 바꿔치기된 사실을 전혀 몰랐다면서 현재까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관할 지역 경찰은 누가 민주화 혁명 기념판을 철거했는지 조사 중이지만 현재까지는 뚜렷한 용의자를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태국 민주화 운동 단체인 새민주운동(NDM) 등은 입헌군주제를 부정하는 극단 성향의 왕당파들이 역사를 왜곡하려는 움직임의 하나로 기념판을 파괴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실제 태국의 보수 성향 역사가인 텝몬트리 림파파욤은 작년 10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화 혁명 기념판의 사진과 함께 주인을 찾는다는 글을 올리고, 연말까지 기념판을 회수하지 않으면 철거해 폐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텝몬트리는 그러나 자신은 기념판을 철거한 적이 없으며, 언론 보도를 보고서야 민주화 혁명 기념판이 사라진 사실을 알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hwangc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