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사태 연결지어 정치 쟁점화…반대측에선 선거법 개정 추진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헝가리 출신 미국인 부호 조지 소로스가 부다페스트에 설립한 유럽중앙대학교(Central European University)를 폐쇄하려는 정부 방침에 반발하는 시위가 확산하고 있지만,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반대 시위를 '총선용'이라고 비판하면서 '강공'을 택했다.
16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주말인 전날 부다페스트에서는 1만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CEU 폐쇄에 반대하는 집회가 열렸다.
오르반 총리는 친정부 성향 매체 마자르 이두크지 인터뷰에서 "(반대 집회는) 난민 사태의 갈등의 장"이라면서 "내년 총선을 노린 드레스 리허설이다"라고 비난했다.
전 세계 예술계, 학계 인사 400여 명이 CEU 폐쇄에 반대하는 공개서한을 발표하고 주말마다 1만 명 이상이 참여하는 반대 집회가 열리고 있지만 이런 비판 여론을 '총선용'이라고 일축한 것이다.
난민을 '독'이라고 부르면서 장벽을 세운 오르반 총리는 내년 총선에서 네 번째 총리직에 도전한다.
오르반 총리는 "내년 총선은 헝가리 정부와 의회가 국민을 위해 계속 일할 수 있을지 아니면 외국의 이익을 위해 일하게 될지를 결정하는 선거가 될 것"이라며 반대 측을 비판했다.
소로스가 1991년 설립한 CEU는 동유럽에서 유일하게 미국식 경영대학원을 운영하고 있고 비정부기구(NGO) 등과도 활발한 연구 활동을 하는 등 동유럽에서 민주주의 기반을 확산하는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헝가리 정부가 최근 개정한 고등교육법은 외국 대학의 경우 본국에도 캠퍼스를 운영해야 한다는 규정을 새로 담았는데, CEU는 미국에 캠퍼스가 없다.
오르반 총리는 헝가리 내에서 인권, 부패 감시 기능을 하는 NGO들을 지원해온 소로스를 두고 '헝가리 정치에 간섭하려 한다'며 줄곧 비판해왔다.
헝가리 정부는 외국의 지원을 받는 NGO들이 재정 상태를 등록하도록 하는 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반정부 집회를 조직한 마르톤 굴라시는 AFP통신 인터뷰에서 "여당이 유리한 현행 선거 제도에서는 그들이 늘 이기게 돼 있다"며 총리 해임이 가능하도록 선거법을 개정하는 운동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헝가리에서는 지난달부터 CEU 폐쇄에 반대하는 집회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헝가리에서 반정부 집회가 지속해서 이어진 것은 2010년 이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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