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유니세프 대표 "아프간의 '전쟁세대'를 아시나요"

입력 2017-04-17 08:11  

아프간 유니세프 대표 "아프간의 '전쟁세대'를 아시나요"

호드르 대표, 한국정부와 아프간 지원방안 논의차 방한

"여아 조혼 현실 문제 심각…한국 성공은 아프간에 희망"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아프가니스탄과 시리아의 30대는 태어나서 전쟁만 보고 살아온 '전쟁세대'입니다. 이 사회를 바꾸려면 아이들을 교육해야만 합니다."

미군이 이달 14일 '모든 폭탄의 어머니'라 불리는 GBU-43을 아프가니스탄 동부 낭가르하르 주에 투하했을 때 국제사회의 관심은 폭탄의 위력이 얼마나 강한지에 쏠렸다.

폭탄과 총알이 난무하는 그곳에 사는 사람들, 특히 어린이의 삶이 어떻게 변화할지는 부차적인 문제에 가까웠다.

아델 호도르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 아프가니스탄 사무소 대표의 관심과 시선은 그 나라 어린이의 행복한 삶에 집중돼 있다.






17일 종로구의 유니세프 서울사무소에서 만난 호드르 대표는 미국의 폭격에 '정치적 의견'을 말하기를 꺼렸다.

다만 "국제사회가 아프간이나 시리아 사태를 군사적 수단이 아닌 평화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찾았으면좋겠다"고 바랐다.

레바논 출신의 호드르 대표는 1990년 유니세프에 들어간 이후 수단, 남아시아, 시에라리온, 인도, 코트디부아르 등을 거쳐 지난해 6월 아프가니스탄 카불 사무소에 대표로 취임했다.

그가 이번에 한국에 온 것은 한국 정부와 아프가니스탄을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정책협의회 참석을 위해서다.

호도르 대표는 "한국은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아프간을 세 번째로 많이 지원하는 나라"라며 "아프간의 보건·영양·교육·위생 분야에서 한국 정부의 공헌이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아프가니스탄의 이미지는 좋지 않다. 외교부는 이 나라를 여행금지국가로 지정했다.

한국 개인 기부자의 관심 역시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 국가에 비해 덜하다고 한다. 최근 미군 폭격의 대상이 된 이슬람국가(IS)나 탈레반 등 테러 세력의 존재도 이 나라의 인상을 좌우하는 요소다.

호드르 대표는 "27년간 여러 나라에서 일했는데 아프가니스탄은 외부 사람들이 보기엔 무섭고 치안이 불안한 나라일 것"이라고 인정하면서도 "매우 풍부한 문화적 유산을 가진 나라"라고 소개했다.

그는 "국제기구의 소명과 의무는 위험하고 소외된 곳에 있는 사람들의 상황을 개선하는 것"이라며 "그런 어려움이 없다면 국제기구의 존재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탈레반 세력에 대해선 "아프간 내에도 비교적 안전한 지역이 있기는 하지만, 카불은 시장에 가기에도 위험한 것이 사실"이라며 "정부가 제어할 수 없는 곳에도 들어가야 할 일이 많다. 그럴 땐 마을이나 부족의 지도자들과 직접 대화해서 방법을 만들곤 한다"고 말했다.

아동 문제를 다루는 국제기구 종사자로서 아프간의 가장 참혹한 현실은 여자 어린이 조혼(早婚) 실태라고 한다.

호드르 대표는 "여자 어린이의 46%가 18세 이하일 때 결혼한다. 13살에 결혼해 출산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러면 아이가 아이를 키우게 된다"며 "현지 문화와 깊은 연관이 있는데 문화를 바꾸기엔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털어놨다.

아이 6명을 키우는 24살짜리 어머니도 봤다고 한다. 호드르 대표는 "아프간에선 여성 1인당 평균 5.7명을 낳는다"며 "출산율이 높으면 자녀 교육이 부실해지고 어머니의 영양이 부족하면 자녀에게 대물림된다"고 안타까워했다.

호드르 대표는 국제사회의 도움에 의지하는 대표적 나라인 아프가니스탄이 언젠가 다른 나라에 도움을 줄 수 있기를 희망했다.

그는 "한국이 바로 수원국에서 공여국으로 전환한 사례 아닌가"라며 "모든 한국인의 기억 속에 그 점이 녹아 있을 텐데, 이는 전쟁을 겪는 아프가니스탄에 큰 희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호도르 대표는 아프가니스탄 최초이자 최대 통신회사인 '로샨'에 가입해 로밍해온 스마트폰을 만지면서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은 매우 따뜻하고 문화적 자긍심이 있어 앞으로 발전해나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j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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