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현장 적발…최근 10년간 부산 남구서 세번 자리 옮겨 운영
유착관계 의혹에 부산경찰 "단속정보 누설은 없었다" 해명
(부산=연합뉴스) 민영규 김재홍 차근호 기자 = 최근 부산 남구의 한 상가 건물에서 적발된 도박장 사건에 현직 경찰 간부 3명이 연루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중 1명은 1차 조사를 받은 뒤 귀가했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인다.
부산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7일 상습도박과 직무유기 혐의로 남부경찰서 모 지구대 소속 박모(55) 경위를, 도박 방조와 개인정보 유출 혐의로 동부경찰서 모 지구대 소속 김모(52) 경위를 각각 구속했다고 밝혔다.
박 경위는 최근 부산 남구의 한 상가건물 3층의 사무실을 위장한 이른바 '깜깜이 도박장'에 수시로 드나들며 6∼7차례에 걸쳐 도박한 혐의를 받고 있다.
거의 매일 도박이 열린 이 도박장의 하루 판돈은 3천만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경위는 이 도박장에 출입하며 2014년부터 도박판에서 돈을 떼먹고 달아난 도박꾼의 개인정보를 10번 이상 조회해 도박장 운영자 장모(58) 씨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 10일 오후에 이 도박장을 급습해 김 경위 등 21명을 체포했다.
현장에서 김 경위가 체포된 데 이어 그 다음 날 박 경위가 경찰에 자진 출석해 조사받았다.
이후 수사과정에서 동부경찰서 소속 A(58) 경감도 연루된 혐의가 추가로 드러났다.
경찰 조사결과 A 경감은 2016년 8월 4일과 올해 2월 10일 도박장 운영자 장씨의 부탁을 받고 2명의 신원을 조회해 개인정보를 유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A 경감은 10여년 전 남부경찰서 모 지구대에 근무하던 시절부터 장씨와 알고 지낸 사이로 알려졌다.
A 경감은 최근 경찰에서 1차 조사를 받은 이후 귀가했다가 17일 오전 5시 37분 부산 남구의 한 산길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A 경감이 신원조회한 기록이 많아 추가로 범죄 혐의가 있는지와 대가관계 확인하려고 하는 과정이었다"고 설명했다.
문제의 도박장은 관할 치안센터에서 직선거리로 불과 500m 떨어진 곳에 있다.
해당 지구대와 도박장은 직선거리로 약 1.5㎞ 떨어져 있고 차로는 5분 정도 걸린다.
20명이 넘는 중년 남성들이 거의 매일 비슷한 시간에 이 건물에 출입하는데도 아무런 의심을 받지 않았다.
지난 10년간 도박장이 단속에 걸린 적은 2∼3번 정도에 불과했고 남구에서 3번 자리를 옮겨가며 계속 운영됐다. 현재의 도박장은 지난해 4월 운영을 시작했다.
도박장이 치안 일선을 책임지는 지구대와 파출소 코앞에서 버젓이 운영되고, 이를 단속할 의무가 있는 경찰관이 도박에 가담하고 잠적한 도박꾼의 소재를 찾아주는 하수인 노릇을 했다.
경찰이 단속 정보를 흘렸거나 이를 무마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게다가 A 경감 등 경찰 간부 3명은 한때 같은 지구대에서 근무한 것으로 알려져 도박장 운영자와의 오랜 유착관계가 성립됐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단속정보 누설은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장씨 등 3명을 구속하고 이들과 경찰관 사이에 대가성 금품이 오간 정황 등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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