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대선 극우·극좌 동반득세에 유럽 좌불안석

입력 2017-04-17 11:58  

佛대선 극우·극좌 동반득세에 유럽 좌불안석

"극좌 멜랑숑 급부상에 극우 르펜 웃는다"

일부 투자자 프랑스 채권 매도…금융시장 벌써 출렁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서 극우에 이어 극좌까지 두각을 드러내면서 유럽이 불안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혜성처럼 나타난 극좌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은 아직 작은 것으로 나타나지만 역설적으로 극우 후보에게 힘을 실을 수 있어 초조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16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급진좌파 진영의 후보인 장뤼크 멜랑숑의 상승세가 프랑스 대선을 안갯속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상황을 요약했다.

멜랑숑은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지지율 5위에 머물며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최근 3위로 치고 올라왔다.

중도신당 앙마르슈의 에마뉘엘 마크롱은 2위에서 멜랑숑의 추격을 받고 있고 극우 포퓰리스트로서 선두를 달리는 마린 르펜 국민전선 대표도 하락세다.

멜랑숑은 두 차례 전국에 생중계된 TV 토론에서 깊은 인상을 남기며 인기몰이를 시작했고, 젊은층을 타깃으로 한 유튜브·온라인 게임 홍보물도 큰 호응을 얻었다.

이제 멜랑숑이 1차 투표에서 마크롱을 따돌리고 2위를 차지해 결선에 진출할 수도 있다는 관측까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18%∼19%의 지지를 받는 멜랑숑이 일주일 사이에 지지율 22∼23%의 마크롱과 르펜을 제치고 결선에 진출할 가능성이 크지는 않다.

하지만 멜랑숑의 지지율이 불과 한 달 만에 8%포인트 급등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아예 불가능한 시나리오로 배제할 수는 없는 형국이다.

프랑스 대선의 불문율 가운데 하나는 결선에서 한 쪽 이데올로기로 치우친 세력의 집권을 막기 위해 차선을 선택하는 단결된 행동이다.

그러나 멜랑숑이 결선에 진출하게 되면 이런 관례가 되풀이될 조건 자체가 깨질 우려가 있다.

중도 보수성향의 부동표가 좌파 집권을 막기 위해 극우 르펜에게 쏠릴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르펜과 멜랑숑의 이데올로기는 대척점에 있지만, 각각 공약으로 내건 정책에는 유사한 지점이 많다는 점도 불안한 시나리오를 부추긴다.

두 후보가 모두 강력한 프랑스를 만들겠다며 보호주의를 앞세우고, 각기 다른 이유로 유럽연합(EU) 탈퇴를 주장한다.

르펜은 EU가 주권을 침해하고 국가 정체성을 위협한다고 보지만, 멜랑숑은 유럽이 가난한 회원국을 잊은 채 억압적인 신자유주의 체제를 강화한다며 반대한다.

멜랑숑은 EU와 회원국 지위에 관해 재협상을 진행하고 협상이 잘 이뤄지지 않을 경우 완전히 탈퇴하자며 르펜과 유사한 정책을 제시했다.

이런 판국에서 멜랑숑이 마크롱에게 밀려 결선 진출에 실패할 경우 그가 모은 표가 르펜 쪽으로 일부 유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WP는 멜랑숑의 결선행이 불발하면 르펜의 승리를 저지하기보다 기권할 것이라는 유권자들도 상당수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멜랑숑의 파죽지세와 함께 안갯속에 빠진 프랑스 대선 정국에 투자자들의 불안이 고조되며 시장도 요동치고 있다.

프랑스 최대 무역 조합 수장이 멜랑숑을 '전체주의 비전'을 가졌다고 매도한 가운데 일부 투자자들이 프랑스 채권을 팔아 치우기 시작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최근 유로화 변동성도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결정 직전 이후 최대로 확대됐다.

한편 이날 파리 도심에서는 르펜의 집권을 우려하며 그의 정책에 반대하는 시민 수백명이 거리로 뛰어나와 시위를 벌였다.




gogog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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