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속한 한 지방" 뜻…'중화타이베이' 쓰다 지난 11일부터 변화
(타이베이=연합뉴스) 류정엽 통신원 = 중국이 대만에 대해 '중국에 속한 한 지방'이라는 의미의 '중국 타이베이'(中國台北)로 표기하기 시작했다.
이는 그동안 양안(兩岸) 관례였던 '중화 타이베이'(中華台北) 표기에서 크게 후퇴한 것이다.
중국 관영방송 중국중앙(CC)TV는 최근 대만이 참가해 베이징(北京)에서 열리는 제23회 아시아탁구선수권대회 소식을 전하면서, 이같이 슬그머니 바꿨다고 대만 왕보(旺報) 등이 17일 보도했다.
중국 매체들은 이달 10일까지는 대만을 '중화 타이베이'로 표시했지만 11일부터 CCTV와 신화통신 등 관영매체와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등이 표기를 바꿨다. 이와 관련, 중국 관찰자망은 논평을 통해 "단순한 변화가 아닌 (중국이 대만에 보내는) 일종의 '신호'"라고 전했다.
관찰자망은 중국 매체들이 베이징올림픽 이후 '중화 타이베이' 표기를 써왔으나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치 않는 차이잉원(蔡英文) 정부 출범 후 양안관계의 악화에 따라 (표기법이) "원점으로 회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만은 1979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결의에 따라 1984년부터 중립적 의미의 '중화 타이베이'(Chinese Taipei)라는 명칭을 써왔다.
중국도 1989년 대만의 대표팀과 기구, 단체 등에 대해 '중화 타이베이'로 공식 표기하기로 대만과 합의했으나, 2008년 베이징올림픽 당시 중국 언론매체엔 '중국 타이베이'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대만 측의 거센 반발로 인해 중국은 같은해 7월 다시 중화 타이베이로 바꿔 표기했다.
1989년 당시 합의서에 중국 언론매체의 대만 표기법은 구체적으로 규정돼 있지 않다는 점을 노려 중국은 이를 대만 압박용 지렛대로 사용하고 있다. 관찰자망은 2008년 마잉주(馬英九) 전 총통 시절 대만 정부가 양안관계를 개선하려 노력해온 점을 평가해 중국 매체들도 '중화 타이베이'를 써왔다며 대만 정부의 태도가 바뀌면 재고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대만 외교부는 이에 대해 "중국이 대만 명칭을 갖고 대만에 '하나의 중국' 압력을 가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대만의 중국 담당 부처인 대륙위원회도 대만은 국제 스포츠 행사에 참가하면서 다른 국가와 대등한 권리를 누릴 수 있다며 이 권익을 적극적으로 쟁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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