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탄개헌' 터키, 유럽과 또 얼마나 멀어질까

입력 2017-04-17 14:17  

'술탄개헌' 터키, 유럽과 또 얼마나 멀어질까

나토 동맹은 여전…IS격퇴전 탄력받을 수도

독재행보 가속·사형제 복원 땐 EU가입 어려울듯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터키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1인 지배 체제를 강화하는 개헌안을 가결함에 따라 터키와 유럽간 충돌이 예상된다고 16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그동안 EU와 그 회원국들이 터키에서 인권침해가 자행되고 법치가 약화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EU와 터키의 관계는 주기적으로 경색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의 권력이 강화되면 양측간 긴장이 더욱 고조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 서방 외교관은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에르도안이 1인 지배체제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각국 헌법재판기구 협의체인 베니스위원회의 유럽 협의회도 새 터키 헌법의 내용이 "터키의 입헌민주주의 전통에 역행하는 위험한 시도로, 전제주의와 1인 지배에 이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개헌은 터키 정치권력구조를 현행 의원내각제에서 대통령중심제, 일명 '제왕적 대통령제'로 전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를 통해 에르도안 대통령은 최장 2034년까지도 재임할 수 있는 장기집권의 토대를 마련했다.

특히 이번 개헌안 통과로 터키가 숙원이던 EU 가입의 포기를 검토할 가능성도 커졌다.

지난 개헌 캠페인 기간 EU 가입 재검토와 사형제 부활 등을 공언했던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개헌안 가결 직후 일성으로 사형제 부활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EU는 사형제 국가에 대해서는 회원국 가입을 금지하고 있다. 터키는 과거 EU 가입을 추진하면서 지난 2004년 사형제를 폐지했다.

그러나 이번 개헌안 통과를 계기로 사형제가 부활하면 터키의 EU 가입은 물 건너가게 된다.

앞서 EU의 맏형 격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터키의 사형제 부활 움직임에 대해 EU 회원 자격과 양립할 수 없는 조치라고 지적한 바 있다. 다른 EU 관리들도 사형제 부활은 터키의 EU 가입 협상을 즉각 끝장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 인권연구 센터의 데이비드 필립스는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터키의 서방 지향은 끝났다"며 "터키가 갑자기 타협적으로 나올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유럽과는 달리 터키와 미국,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간 관계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WSJ는 전했다.

오히려 에르도안의 권력 강화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는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장악한 시리아 락까 탈환전을 쉽게 만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은 IS 격퇴전에서 쿠르드계 민병대 '인민수비대'(YPG)와 손잡고 있는데, 터키는 YPG가 자국 분리주의 무장단체 쿠르드 노동자당(PKK)의 방계조직이라고 주장하며 미국에 협력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에르도안 대통령의 권력이 강화되면 터키가 이에 대해 좀 더 유연한 태도를 보일 수 있다고 WSJ는 내다봤다.

kj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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