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만에 전직 대통령 재판…내달 첫 준비기일 거쳐 정식 재판 전망
"박근혜가 몸통·최순실과 공모"…"통치행위 일환·공모 무관" 격돌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검찰이 17일 박근혜 전 대통령을 재판에 넘기면서 유무죄를 둘러싼 양측의 치열한 다툼은 법정으로 이어지게 됐다. 과거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사건 이후 22년 만에 전직 대통령의 형사재판이 열리게 된다.
박 전 대통령은 그간 자신에게 제기된 모든 혐의를 전면 부인해 온 만큼 재판에서도 검찰과 한 치의 양보 없는 공방을 벌일 전망이다.
검찰은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의 업무 수첩 등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증거물과 관련자 진술, 박영수 특별검사팀에서 넘겨받은 수사 자료 등을 토대로 박 전 대통령의 혐의 입증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박 전 대통령의 구속을 통해 법원의 1차 판단을 받긴 했지만, 공소유지를 철저히 해 최종 유죄 판단까지 받아내겠다는 각오다.
영장 단계에선 어느 정도의 개연성을 추측할 수 있는 혐의 '소명'이 이뤄지면 되지만, 형사재판에서는 범죄 사실을 엄격히 '증명'해야 한다.
이를 위해 박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한 한웅재(47·사법연수원 28기) 부장검사와 이원석(48·연수원 27기) 부장검사가 공소유지도 책임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맞서 박 전 대통령 측은 검찰 증거의 신빙성을 하나하나 따져 신빙성을 떨어뜨리며 적극적으로 무죄 주장을 펼 전망이다. 통치행위의 일환이었다는 대전제를 깔고 검찰 주장을 반박할 것으로 보인다.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은 문화·체육 융성 등 정책 목표를 갖고 추진된 공익사업이며, 대기업들에 출연을 강제하지 않았다는 게 박 전 대통령의 입장이다.
최순실씨와 공모해 삼성으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에 대해서는 최씨가 금품을 받았는지 몰랐고, 최씨 지인 업체에 특혜를 제공한 혐의는 중소기업의 민원 청취 차원이었다는 주장이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에 지시해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블랙리스트)을 만들어 시행했다는 혐의도 자신은 그런 지시를 내린 적이 없고 관련 보고를 받은 사실도 없다는 입장이다.
정호성 전 비서관을 통해 최씨에게 국가 비밀을 넘긴 혐의도 기존 대국민담화에서 밝힌 연설문 수정 요청 외엔 자신이 지시한 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통령 측은 법정 다툼을 앞두고 변호인단을 추가 구성 중이다. 박 전 대통령 측은 "최종 확정되면 일괄해서 선임계를 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으로는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때부터 변론해 온 유영하(55·사법연수원 24기)·채명성(39·36기) 변호사만 남아있다.
이날 함께 기소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재판에서도 치열한 법리 공방이 예상된다.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돼 그를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긴 검찰은 향후 재판에서 혐의 입증에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우 전 수석 재판에선 그가 민정수석 권한을 남용해 '월권행위'를 했느냐가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검찰은 우 전 수석이 민정수석에게 부여된 사정·감찰·인사검증 권한을 사실상 초법적으로 행사했다고 본다. 권한 범위를 넘어 다른 이에게 의무 없는 일을 시키거나 타인의 정당한 권리 행사를 방해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 전 수석은 자신이 위법하거나 부당한 권한을 행사하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부당한 인사 지시는 없었고, 지시했더라도 광범위한 민정수석의 업무 영역에 속해 권한 남용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다.
우 전 수석이 최순실씨의 국정 농단을 알고도 묵인·방조했는지 등을 두고는 기본 사실관계부터 치열하게 다툴 전망이다.
박 전 대통령이나 우 전 수석의 재판은 다음 달부터 본격적으로 열릴 것으로 보인다. 내달 9일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는 점을 고려하면 그 이후 첫 준비기일이 열리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많다.
쟁점 정리나 향후 입증 계획 수립 등에 필요한 공판준비기일이 2∼3차례 열리면 본격적인 심리는 6월께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의 경우 1심 구속 기간인 6개월 이내에 1차 결론을 내려면 집중 심리가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일주일에 3회 이상 재판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재판은 같은 사안으로 기소된 최씨 사건을 심리 중인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나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사건을 심리 중인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에 배당될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신광렬 수석부장판사(고법 부장판사급)가 이끄는 형사합의50부에서 심리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1995년 비자금 및 내란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됐던 전두환·노태우 전직 대통령도 당시 김영일 형사수석부장이 있던 서울지법 형사합의30부에서 1심을 맡았다.
s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