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K재단 강제모금 재판서 朴 감싸…"감옥·실형까지…죄송"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강애란 기자 = '비선 실세' 최순실씨가 법정에서 "대통령을 그런 식으로 몰고 가면 안 된다"며 적극적으로 '감싸기'에 나서는 상황이 연출됐다. 그러면서 "내 과욕으로 불상사를 낸것"이라고 주장했다.
공범으로 엮인 자신과 박근혜 전 대통령 사이의 접점을 최대한 줄여 연결 고리를 끊으려는 모습도 보였다.
최씨는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자신의 직권남용·강요 혐의 재판에서 피고인 신문 도중 수차례 박 전 대통령을 '변호'하고 나섰다.
그는 검찰이 "대통령 퇴임 이후에 재단을 운영하기 위해 미르·K재단을 설립한 것 아니냐"고 묻자 "대통령은 퇴임 후 그런 생각을 해본 적도 없고 사심 있는 분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최씨는 "오랫동안 헌 시계를 쓰고, 신발도 갈아신지 않는 사심없는 분이 기업을 강탈해서 제가 사득을 취하게 했다는 건 제가 이 자리에서 목숨을 끊어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검찰에는 "이 나라에서 뽑은 사람들이 있는데 대통령을 그렇게 모욕적으로 끌고 가면 안 된다"고 성토했다.
그는 검찰이 "대통령도 플레이그라운드가 피고인 회사라는 걸 알아서 도와주려 한 게 아니냐"고 묻자 "40년간 대통령을 지켜본 사람으로서 그런 것에 연루될까봐 동생분(박지만)에게도 접근을 안 하는 분"이라고 감쌌다.
그는 거듭 "대통령을 그런 식으로 몰고 가면 안 된다"며 "이건 대통령께 확인한 사항이냐"고 검찰에 따지기도 했다.
최씨는 "대통령으로부터 문화융성 목적의 재단이 잘 되는지 지켜봐 달라는 부탁을 받은 적이 있느냐"는 검찰 물음엔 "그건 제가 확대해석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통령이 앞에 나서서 그리해달라고 하신 건 아닌데 제가 너무 과욕적, 열정적으로 차은택, 고영태 이런 애들을 너무 많이 불러서 이런 불상사가 일어났다. 정말 사과드린다"며 "제가 대통령에게 정말 잘못된 일을 한 것 같다"고 후회했다. 자신이 '오버'한 것이지 박 전 대통령 책임은 없다는 취지다.
최씨는 "애들이 일 꾸민 걸 알고 제가 바보처럼 대통령을 잘못 모셨다는 걸 알게 됐다"며 "대통령이 저 때문에 험한 꼴을 당해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다. 대통령이 감옥까지 가고, 실형까지 받아야 하는 게 죄송하다"고 심경을 전하기도 했다.
최씨는 삼성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후원한 과정에도 박 전 대통령은 관여한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검찰이 "박 전 대통령이 삼성과 단독 면담에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을 요구할 걸 알고 조카 장시호씨에게 급히 소개서를 가져오라고 한 것 아니냐"고 묻자 "아니다"라며 "저는 김종 차관한테 (후원할 곳이 있는지 알아봐 달라고) 말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종이 빠져나가려고 그렇게 이야기하는데, 아무리 대통령이 그렇게(파면·구속) 됐다고 해서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유감을 표했다.
김 전 차관은 특검이 삼성의 영재센터 후원금을 뇌물로 판단하자 자신이 개입하기 전 이미 후원 결정이 이뤄졌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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