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주 포병군관학교' → '오진우 포병군관학교'
"김정은 정권 정통성 부각·충성 유도 위한 포석"
(서울=연합뉴스) 지성림 기자 = 북한군이 김정은 체제 들어 군종·병종별 사관학교 명칭에서 김일성 주석의 삼촌과 동생 등 이른바 김씨 '곁가지'의 이름을 빼고 '빨치산' 출신들의 이름으로 대체한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연합뉴스가 북한 매체의 김일성 105주년 생일 기념 열병식 보도 내용을 분석한 결과 열병식에 참가한 일부 군사대학과 군관학교(사관학교)의 명칭이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매체에 따르면 김형직(김일성의 부친) 군의대학은 '림춘추 군의대학'으로, 김철주(김일성의 동생) 포병종합군관학교는 '오진우 포병종합군관학교'로, 김형권(김일성의 삼촌) 통신병군관학교는 '최강 통신병군관학교'로 각각 이름이 바뀌었다.
림춘추, 오진우, 최강 등은 김일성 주석뿐 아니라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도 충성했던 빨치산 출신들이다.
하지만 김일성군사종합대학, 김정일 인민보안대학, 김정숙 해군대학 등 김씨 일가 직계의 이름은 그대로 유지됐다.
이에 따라 북한이 김정은 체제 들어 김일성·김정일·김정숙을 제외한 다른 김씨 일가, 이른바 '곁가지'의 흔적을 지우는 작업을 진행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김형직 군의대학은 2014년 7월까지, 김철주 포병종합군관학교는 2013년 7월까지 북한 매체에 등장한 점으로 미뤄 사관학교 명칭 변경은 그 이후에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열병식에서 처음으로 이름이 공개된 사관학교들은 오중흡 보위대학, 최현 기술군관학교, 최춘국 탱크·자동차병군관학교, 김성국 고사포병군관학교 등으로 모두 빨치산 출신의 이름을 앞에 붙였다.
앞서 지난 3일에는 김정은 경호부대 장교를 양성하는 사관학교에 빨치산 출신인 리을설 전 호위사령관의 이름을 붙인 것(리을설 호위종합군관학교)이 북한 매체에서 확인되기도 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이번 열병식에 참가한 사관학교 열병부대들을 가리켜 "죽어도 혁명신념 버리지 말자는 투사(빨치산)들의 신념 그대로 이어가라고 선열들의 그 이름 대오 앞에 새겨주신 최고사령관(김정은) 동지의 뜻 받들어 김정은 빨치산 지휘관들을 키워내는 군관학교 열병 종대들"이라고 소개했다.
이 같은 보도로 미뤄 사관학교 명칭에서 김씨 '곁가지'의 이름을 빼고 빨치산 출신들의 이름으로 대체한 것은 김정은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18일 "장성택 처형, 김정남 암살 등에서 볼 수 있듯이 북한은 김정은 체제 들어 '곁가지' 잔재를 철저히 지우려고 하는 것 같다"며 "대신 그 자리를 충성스러운 빨치산 출신들의 이름으로 채우는 것은 김정은 정권의 정통성을 부각하고 군인과 주민들의 충성을 끌어내기 위한 의도"라고 분석했다.
yooni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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