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K재단 직권남용·강요 사건 피고인 신문
검찰 질문에 "더이상 답 안 하겠다·그만 물어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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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강애란 기자 = '비선실세' 최순실(61)씨가 17일 열린 미르·K스포츠재단 강제모금 사건 재판에서 자신의 혐의를 사실상 모두 부인하며 검찰에 날 선 태도를 보였다.
최씨의 직권남용·강요 사건 심리를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는 이날 최씨를 피고인 신분으로 신문했다.
최씨는 검찰이 "K스포츠재단과 더블루K를 모두 관리한 것 아니냐. 고영태 등은 피고인 지시에 따라 진행했다고 한다"고 묻자 "말이 안 된다. 저는 케이·미르재단 돈은 한 번도 만져본 적도 없다. 자문 역할을 했을 순 있지만 이거해라, 저거해라 한 적 없다"고 반박했다.
검찰이 "박헌영(K재단 과장)이 피고인 지시로 작성했다는 회의록에 재단을 1천억원 규모로 늘릴 수 있게 준비하라고 돼 있다"고 묻자 "회의록을 처음 본다. 저렇게 허위 기재한 사람은 왜 안 잡아 넣느냐. 이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 이야기냐"고 따졌다.
최씨는 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 지시에 따라 미르재단의 설립과 운영에 관여한 사실이 있는지 묻자 "잠깐만요"라고 손을 든 뒤 재판장에게 "판사님, 검찰에서 물어본 사항인데, 대통령과 공모했다는 부분 물어보는 건데 대답해야 합니까"라고 묻기도 했다.
검찰이 흡착제 제조업체 KD코퍼레이션의 현대자동차 납품과 관련해 유사 질문을 계속하자 "KD코퍼레이션에 대해 그만 좀 물어봐라", "더이상 답 안 하겠다"며 짜증섞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조금 전에 대답했는데 또 대답해야 하냐. 똑같은 질문을 똑같이 물어보면 내가 정신병이 들겠다"고도 호소했다. "다음으로 넘어가자"며 검찰의 질문을 막기도 했다.
최씨는 검찰이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 수첩의 기재 내용을 언급하며 인사청탁 질문을 던지자 "그럼 안종범 수첩에 있는 건 제가 다 부탁한거냐"라고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조카 관련 업체를 대기업에 연결해주려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그런 적이 없다. 조카는 1년에 한 번도 안 만난다. 나는 집안에서 기피 대상 1호"라고 말하기도 했다.
포스코 계열 광고회사의 지분 강탈 혐의에는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온다. 의혹 제기 좀 하지 마라"고 성토했다.
최씨가 거듭 예민하게 반응하자 재판장이 나서 "그렇게 신경질적으로 이야기하지 말고 없으면 없다고 하라"고 진정시켰다.
최씨는 피고인 신문이 장시간 이어지자 재판장에게 "끝도 없이 하고 있는데 시간 제한이라도 줘야지 너무 힘들다. 쓰러지겠다"고 호소한 뒤 직접 휴정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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