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최북단 전방 초소서 북한 살핀 미국 부통령

입력 2017-04-17 21:15  

[연합시론] 최북단 전방 초소서 북한 살핀 미국 부통령

(서울=연합뉴스) 방한 이틀째인 17일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의 첫 일정은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 사령관과의 '아침 회의(early morning meeting)'였다. 주한미군이 트위터에 올린 사진에서 펜스 부통령은 나란히 앉은 브룩스 사령관에게 심각한 표정으로 뭔가를 얘기하고 있었다. 펜스 부통령은 이어 헬기 편으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경비대대가 있는 캠프 보나파스로 향했다. JSA 남측 구역의 '자유의 집'에 잠시 들른 그가 서둘러 찾아간 곳은 최북단의 '오울렛 초소'였다. 군사분계선에서 불과 25m 떨어진 이 초소에서 펜스 부통령은 관측장비로 직접 북측 지역을 살펴봤다. 캠프 보나파스는 1976년 8월 18일 북한군의 '도끼 만행 사건'으로 희생된 아서 보나파스 대위의 이름을 따 명명됐다. 당시 미군은 강력한 전쟁 억지력을 북한에 보여주기 위해, B-52 폭격기와 F-4 전투기 등을 상공에 대기시켜 놓고 문제의 미루나무 제거 작전을 벌였다. 지금은 북한의 도발을 막기 위해 미 핵항모 전단이 한반도 근해로 이동 중이다. 펜스 부통령의 비무장지대(DMZ) 방문이 누구에게 무슨 메시지를 전하려고 하는지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다.



펜스 부통령의 DMZ 방문 목적은 분명하다. 굳건한 한미동맹 재확인과 강력한 대북경고이다. 펜스 부통령은 외신기자들에게, 핵무기와 미사일을 포기하도록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모든 옵션이 테이블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동맹국들과 함께하려는 미국의 의지를 (북한이) 오판해서는 안 된다"면서 "미국인들의 메시지는, 우리가 평화를 원하지만 항상 힘을 통해 평화를 추구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용만 보면 최근 미정부에서 잇따라 나온 대북경고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전달되는 느낌은 전혀 다르다. 현직 미 부통령이 한반도 분단의 상징과 같은 DMZ를 직접 방문해 내놓은 경고 발언이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이 대통령 궐위 상태인 점을 생각하면, 펜스 부통령은 한국을 방문할 수 있는 미정부의 최고위직 인사이다.



이날 오후 펜스 부통령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함께 낭독한 공동발표문에도 확실한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특히 북한에 대한 펜스 부통령의 경고는 명확하고 단호했다. 미국이 설정한 '레드라인'을 넘으면 군사적 옵션을 포함해 강력한 응징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었다. 미국의 '레드라인'은 북한의 추가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말한다. 펜스 부통령은 또 "우리는 여러분과 100% 함께한다. 한미동맹은 한반도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평화, 안전의 핵심축"이라고 평가했다. 견고한 한미동맹을 재확인하는 말을 잊지 않은 것이다. 황 권한대행도 "앞으로 한미는 안보, 경제, 통상, 글로벌 협력을 중심으로 더 강력한 동맹을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화답했다. 최근 대두한 미·중 정상회담 '밀약설'과 관련해 주목할 만한 발언도 나왔다. 펜스 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나는 중국이 북한에 적절히 대처할 것이라는 데 큰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말한 것이다. 황 권한대행도 "중국의 건설적 노력과 역할이 긴요하다는 인식 하에 중국과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면서 북한이 추가 도발할 경우 이를 토대로 강력히 응징하기로 했다고 부연했다.



미국 정부 안팎에서 대북 선제타격설이 끊임없이 제기되자 국내 일각에서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 우려가 고조됐던 게 사실이다. 미국이 한국 정부와 협의 없이 북한을 공격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없지 않았다. 미·중 정상회담 전만 해도, 북핵 문제를 다룬다는데 우리는 지켜봐야만 하느냐는 자조적 한탄이 터져 나왔다. 짧은 일정이지만 펜스 부통령의 이번 방한이 국내에 팽배해 있는 '안보 소외' 우려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동맹 관계는 상호 신뢰를 전제로 해야 튼튼한 뿌리를 내릴 수 있다. 듣기 좋은 '말의 성찬'만 갖고는 국가 간의 신뢰를 다지기 어렵다. 대통령 궐위와 조기대선 국면의 국정 공백으로 잠시 흐트러졌을 수 있는 한미 관계가 '비 온 뒤 땅'처럼 더 단단해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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