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리스트 문태국 "8살 연상 아내와 '러시아 낭만' 연주합니다"

입력 2017-04-18 08:20   수정 2017-04-18 08:58

첼리스트 문태국 "8살 연상 아내와 '러시아 낭만' 연주합니다"

오는 20일 금호아트홀 '러시안 첼로' 무대에 함께 올라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한 때는 음악 하는 사람만의 프러포즈를 꿈꾸기도 했어요. 연주회를 마치고 커튼콜 때 갑자기 객석으로 내려가 프러포즈를 한다거나….(웃음) 그런데 결국 아내한테는 결혼식을 앞두고 담담하게 반지를 끼워준 게 전부였어요. 8살 차이의 연상연하 음악가 부부지만, 저희 사랑도 이렇게 평범해요."

금호아트홀의 올해 상주음악가로 선정된 젊은 첼리스트 문태국(23)은 오는 20일 자신의 두 번째 금호아트홀 기획 무대에 특별한 반주자와 함께 선다.

그의 아내이자 피아니스트 노예진(31)이 그 주인공.

이들은 '러시안 첼로'라는 테마로 스트라빈스키와 프로코피예프, 라흐마니노프로 이어지는 러시아 대작곡가들의 유명 첼로 레퍼토리를 연주한다.

지난 16일 금호아트홀에서 만난 이들 부부는 "예전에는 서로 연주하다가 의견이 안 맞아 울기도, 울리기도 했는데 이제는 훨씬 편해졌다"며 웃었다.

8살 차이의 연상연하 커플인 데다가 전공한 악기도 다른 이들이 처음 만난 건 2015년 8월. 한 방송사의 클래식 프로그램에서 연주자와 반주자로 인연을 시작했다.

"방송 녹화가 끝나고 태국 씨가 반주를 해줘서 고맙다며 커피나 한잔 하자고 하더라고요. 서로 나이 차이가 있다 보니 정말 사심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나갔어요. 그런데 서로 성격, 신앙, 대화 코드까지 통하는 게 많더라고요. 자연스럽게 연인 관계로 발전했던 것 같아요."(노예진)

"두세 번 만나고 부모님께 바로 진지하게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고 말씀드렸어요. 나이 차이 같은 건 처음부터 못 느꼈고, 친구처럼 서로 장난치고 웃으면서 지내고 있어요."(문태국)

급속도로 가까워진 이들은 처음 만난 뒤 딱 1년 만인 작년 8월 결혼에까지 골인했다.

이마저도 문태국이 미국 보스턴의 뉴잉글랜드 음악원에서 유학 생활을 하고 있던 탓에 10개월은 휴대전화로 연애했다.

이 같은 '깜짝 결혼' 발표에 주변에서는 우려를 전하기도 했다.

"뭐가 그렇게 급해서 일찍 결혼하느냐는 말을 듣기도 했죠. 그렇지만 현실적 여건상 마냥 연애만 할 수 없는 아내를 배려하고 싶었어요. 저도 빨리 아내를 제 옆에 두고 싶었고요. 너무 나이 차이가 난다고 생각하신 분들도 있었지만, 실제로 보면 전혀 연상 같은 외모가 아니잖아요.(웃음) 피아노를 전공하신 어머니도 아내를 많이 예뻐하세요."(문태국)




사실 차세대 첼리스트로 주목받는 문태국에 비해 노예진은 아직 그리 이름이 알려진 연주자는 아니다.

문태국은 4세에 첼로를 시작해 10세 때 금호 영재콘서트로 데뷔했고, 미국 줄리아드 음악원 예비학교와 보스턴 뉴잉글랜드 음악원에서 전액장학생으로 수학한 유망주 출신이다.

2011년 프랑스 앙드레 나비라 국제 첼로 콩쿠르 우승, 2014년 파블로 카살스 국제 첼로 콩쿠르 한국인 최초 우승 등 세계적인 첼리스트를 배출한 최고 권위의 경연에서 연달아 1위를 했다. 작년에는 세계적 첼리스트 야노스 슈타커(1924~2013)를 기려 젊은 연주자를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야노스 슈타커 상의 1회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반면 예원학교와 서울예고를 거쳐 서울대 음대를 졸업한 노예진은 국내파에 더 가깝다. 샌안토니오 피아노 콩쿠르 등 국제 콩쿠르에서 수상 경력을 갖고 있지만, 남편보다는 주목도가 떨어진다.

그러나 노예진은 "남편이 더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건 당연하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남편은 워낙 잘하는 사람이에요. 선율이 굉장히 유려하고, 폭발시킬 땐 제대로 폭발시켜요. 제가 갖지 못한 특별함이 부러울 때도 있었지만, 제 남편인걸요. 당연히 자랑스럽고 기분 좋습니다."

아름다운 음악 속에서 동화처럼 살 것 같은 이들 부부도 투닥거리며 신혼 초기를 보냈다.

특히 음악적인 면에서 부딪힐 때는 부부라고 봐주는 게 없었다.

노예진은 "전문 첼로 반주자가 아니다 보니까 남편의 날카로운 지적들에 자꾸 주눅이 들고 서러워서 많이 울었다"며 "요즘은 '짬밥'이 생겨서 저도 더 많은 의견을 내고 있다"며 웃었다.

문태국도 "처음에는 아내가 분하고 화가 나서 우는 줄 알았는데, 나중에 이야기를 듣고 보니 자신도 정말 반주를 잘해주고 싶은데 그게 뜻대로 되지 않아서였다고 하더라. 그래서 더 많이 미안했다"라며 머리를 긁적였다.

이들은 이번 연주회에서도 러시아 레퍼토리 속에 담긴 사랑과 열정을 전달한다.

"프로코피예프의 첼로 소나타는 러시아 색채가 뚜렷하면서도 현대적인 영향을 많이 받은 곡이죠. 그러나 마지막에 배치한 라흐마니노프 첼로 소나타는 상대적으로 더 낭만적이고 열정적이에요. 점점 현대화 되어가는 세상 속에서도 아직 사랑과 열정은 식지 않았다는 걸 표현하고 싶었어요."(문태국)

이들 신혼부부는 집에서 마음껏 연습하지 못하는 것 하나를 아쉬움으로 꼽았다. 집에 피아노가 없기 때문이다. 이들은 교회나 대학교 옆 연습실을 빌려서 연습을 하고 있다.

"제가 아직 학부 과정만을 마친 상태라 1~2년 내 유학을 떠날 수도 있어서요. 금방 떠날 수 있는데 집에 방음벽 같은 걸 공사하는 건 낭비라는 게 아내 이야기죠. 워낙 알뜰합니다. 둘 다 음악을 전공했지만, 아주 넉넉한 형편은 아니기도 하고요. 평범하게 살며 사랑하고 연주하고 있어요.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서로를 돋보이게 하는 연주를 하고 싶은 게 저희 부부의 목표입니다."(문태국)

sj997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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