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국정과제 재원은 예산안에 단계적 반영해야
완화적 통화정책 유지 필요…완화된 LTV·DTI 환원해야
(세종=연합뉴스) 민경락 기자 =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곧 출범할 새 정부에 당분간은 본예산에 맞춰 정책을 수행하되 공약 이행을 위한 재원은 단계적으로 예산안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 빠르게 늘 것으로 보이는 재정 소요에 대비하기 위해 불가피한 경우 세원확대 등 증세가 필요하지만 우선 강도 높은 세출 구조조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KDI는 18일 '2017년 상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다음 달 출범할 예정인 새 정부에 대한 경제정책 조언을 내놨다.
통상 KDI의 상반기 경제전망은 매년 5월 말께 발표되지만 올해는 다음 달 조기 대선이 예정돼있어 한 달 앞당겨졌다.
KDI는 새 정부에 당분간은 2017년 본예산에 맞춰 예산을 계획대로 집행할 것을 권고했다.
공약 이행을 위해 추가경정예산 등을 통해 무리하게 재정을 확대하는 것보다는 향후 경기 추이를 보고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뜻이다.
올해 상반기 재정 조기 집행으로 하반기 재정 여력이 줄어든 것은 맞지만, KDI는 이런 상황이 "유의한 정도의 경기 하방압력"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KDI는 "여전히 대내외 불확실성이 상당한 만큼 위험요인이 현실화될 경우에는 재정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할 것"이라며 성급히 재정을 풀지 말고 불확실성에 대비해 재정 여력을 비축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했다.
새 정부의 국정과제를 수행하기 위한 재정은 정교한 기획과 제도적 보완을 거쳐 향후 예산안에 단계적으로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번 새 정부는 인수위원회 과정을 거치지 않는 상황임을 고려해 새 정부 정책 시행에 앞서 충분한 시간을 두고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성태 거시경제연구부장 겸 금융경제연구부장은 "일부 대선 후보께서는 대선 직후 추경 편성한다는 공약도 있었던 것 알고 있는데 추경은 단기적 경기 대응 방안"이라며 "다른 용도로 규정된 것은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트럼프 정부 출범 후 지금까지 상황을 보니 예상보다 강경 일변도는 아닌 것으로 판단되면서 하방요인이 낮아져 예상외로 안정된 모습"이라며 "지금 당장 추경을 해야 한다는 의견을 갖고 있지는 않다"라고 말했다.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국회 계류 중인 재정건전화특별법에 대한 입법 노력을 지속하고 인구 고령화, 산업재편 등 지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재정개혁을 중단기 예산에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특히 향후 복지 분야를 중심으로 정부 지출이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이에 따라 조세부담의 확대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며 조세지출 및 세원확대 등 포괄적인 세제 합리화를 통해 조세부담을 분담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다만 국민의 공감대 형성을 위해 강도 높은 세출 구조조정 등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는 재정 효율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화정책에 대해서는 지금의 완화적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물가상승률이 올해 들어 물가안정목표(2%)에 근접한 수준까지 상승했지만 농산물 및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가 여전히 1%대 중반에 머무는 등 아직은 물가 상승세가 미약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유가 상승 등 일시적 요인이 사라지면 물가 상승세가 지난해처럼 다시 둔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완만한 경기 회복세에도 한국 경제가 여전히 대내외 하방 요인에 둘러싸여 있다는 점도 완화적 통화정책이 필요한 근거 중 하나로 들었다.
또 미국 등 주요국들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글로벌 통상분쟁이 심화하면 세계 경제 전반의 성장세도 빠르게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KDI는 완화적 통화정책의 걸림돌로 지적됐던 미국의 금리 인상에 대해서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비교적 완만한 속도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최근 우리 경제의 성장세와 외환 건전성을 고려하면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급격한 자본 유출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또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면 국내 장기금리의 상승 폭을 제한해 사상 초유의 부채를 떠안고 있는 가계의 부담도 덜어주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융정책에 대해서는 최근 강화된 비은행 가계대출 규제를 유지하면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을 다시 환원하는 등 거시건전성 정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가계신용이 단기간 내 실물·금융시장의 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지는 않지만 가계신용 총량이 과도하게 크고 증가 속도도 빨라 거시건전성 정책 강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금융회사에 경기대응완충자본 또는 추가 충당금을 적립하도록 하면 사전적으로 대출 증가세를 억제하고 사후적으로 가계대출 부실도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조언도 내놨다.
기업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납세자가 아닌 이해 당사자가 손실을 부담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기업일수록 평상시에 주주의 손실흡수력을 비축하도록 해 부실 발생 때 공적자금을 투입하지 않더라도 회생이나 정리가 가능하도록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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