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일 이후 40여 일간 1천386명 썰물, 작년 동기보다 9.3배↑
'사드' 보복에 관광·건설 경기 둔화…'입국금지 면제' 효과도
(제주=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중국의 '사드' 보복 여파 등으로 일자리를 잃은 중국인 불법 체류자들의 자진출국이 대거 이어지고 있다.
19일 제주출입국관리사무소에 따르면 3월 1일부터 이달 10일까지 40여일간 제주에 불법체류하다가 자진해 본국으로 돌아간 중국인은 1천386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49명에 비교해 9.3배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적게는 하루에 15명부터 많게는 167명까지 중국인 불법 체류자가 제주를 떠났다.
관계 당국이 애초 8천여명 이상일 것으로 추정하는 도내 불법체류 중국인들은 주로 불법취업 브로커를 통해 건설 현장 또는 농장에서 일하거나 중국인 단체관광객을 응대하는 식당, 유흥업소 등에서 일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난달 15일을 기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에 따른 중국의 한국여행 제한 조치가 시작돼 제주를 찾는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급감하자 관광 관련 업계에 불법취업했던 중국인 불법체류자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인 단체관광객을 상대로 경제활동을 해오던 식당, 유흥업소 등이 폐업하거나 직원 수를 줄이면서 중국인 불법체류자들 상당수가 일자리를 잃게 된 것이다.
최근 건설경기 둔화로 인한 건설 현장 일자리와 월동채소·감귤 수확 종료로 인한 농촌 지역 일자리 감소도 중국인 불법체류자들의 자진출국을 압박한 요인으로 지목됐다.
실제 중국인 자진출국자를 대상으로 한 제주출입국관리사무소의 간이 설문조사 결과 관광업계 종사자, 건설현장 종사자, 농업 종사자의 비중이 각각 20%, 30%, 30% 가량인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지난 3월부터 5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불법 체류기간 3년 미만 자진출국 외국인에 대해 재입국 기회를 주는 입국금지 면제 제도 시행도 영향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제주출입국관리사무소 정길수 조사과장은 "자진출국제도의 시행과 단속 강화, 사드 보복 여파와 건설경기 둔화, 계절적 요인으로 인한 일자리 급감이 중국인 불법체류자 자진출국 러시라는 결과를 가져온 것으로 보고 있다"며 당분간 중국인 불법체류자의 자진출국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ji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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