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개혁 학술행사 축소 의혹 일부 확인…고위법관 개입"

입력 2017-04-18 14:35  

"사법개혁 학술행사 축소 의혹 일부 확인…고위법관 개입"

법원 진상조사위 조사결과…당초 지목된 행정처 차장 아닌 고법 부장급

"행정처 차원 조직적 관여는 없어…'사법부 블랙리스트' 존재하지 않아"

"인사 의혹 사실무근…업무처리 관행 반성·사법제도 논의 공론화 필요"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사법부 고위법관이 사법개혁을 주제로 한 학술행사 축소를 일선 법관에게 지시했다는 의혹 일부가 사실로 밝혀졌다. 그러나 대법원 산하 사법행정기구인 법원행정처가 조직적으로 관여한 건 아니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또 축소 지시를 내린 당사자는 당초 의혹 제기 당시 지목된 행정처 차장이 아니라 고법 부장판사급 고위법관으로 확인됐다. 다만 학술대회 관련 대책 일부는 실행돼 행정처도 책임을 면하기는 어려우며 업무 관행 등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법원 진상조사위원회(위원장 이인복 전 대법관)는 18일 내부전산망인 코트넷에 지난달 24일부터 26일 동안 진행된 조사결과를 보고서 형태로 공개하고 이 같은 결론을 내놓았다.

조사위는 학술행사 견제 의혹에 대해 "대법원 고위간부인 이모 상임위원이 학술대회와 관련해 행정처 차장이 주재하는 주례회의에서 조치가 필요하다고 보고하고 여러 방법을 동원해 연기 및 축소 압박을 가한 점은 적정한 수준과 방법의 정도를 넘어서는 부당한 행위"라고 밝혔다.

이어 "논의된 대책 중 일부가 실행된 이상 행정처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상임위원은 해당 학술대회를 연 국제인권법연구회의 회장을 올 초까지 지냈다.

행정처가 판사들의 학술연구회 중복 가입을 금지한 예규를 강조한 조처와 관련해선 "기존 예규에 따른 집행이기는 하나 그 시기와 방법, 시행 과정 등에서 시급성과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아 인권법연구회 또는 학술대회를 견제하기 위해 부당한 압박을 가한 제재로서 사법행정권의 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조사위는 '부당 지시'를 거부한 법관 인사 의혹과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 존재 의혹은 사실이 아니고 근거가 없으며 행정처가 평소 연구회 활동에 부당한 견제를 했다는 의혹도 인정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이번 사태는 법원 내 최대 학술단체인 국제인권법연구회가 2월9일부터 전국 법관을 상대로 '사법독립과 법관인사 제도에 관한 설문조사'를 하면서 촉발됐다.

임종헌 당시 행정처 차장이 연구회 소속으로 2월 정기인사에서 행정처 심의관으로 발령 난 이모 판사에게 학술행사 축소를 지시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 판사가 반발해 사의를 밝혔고 행정처는 그를 원소속 법원으로 돌려보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즈음에 행정처 전산국장이 법관의 전문분야연구회 가입은 '1인 1연구회'가 원칙이니 중복 가입을 정리해 달라고 공지했다. 행정처가 '사법부 블랙리스트'를 관리한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이후 언론 등을 통해 의혹이 제기되고 판사들이 진상 규명을 요구하자 대법원은 임 전 차장을 직무에서 배제하고 이 전 대법관에게 진상조사를 맡겼다. 임 전 차장은 의혹을 부인했지만, 명예가 손상됐다며 법관 연임신청을 철회해 사직했다.

한편 조사위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법원행정처의 업무처리 시스템과 관행 중 분장사무나 지휘계통이 불명확한 점은 개선하고, 사법제도 관련 논의를 공론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제안했다.

또 연구회가 내부 소모임을 중심으로 그간 심급제도, 법관인사, 대법원장 인사권 등 사법행정과 제도에 관한 논의를 하는 것에 대해 행정처가 민감하게 대응한 것이 이번 의혹의 배경에 깔린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hy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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