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 5개 구역서 투표부정 항의…앙카라, 이즈미르, 안탈리아서도
에르도안 "4년전 반정부시위대와 같은 세력"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이스탄불 등 터키 주요 도시에서 개헌 국민투표 백지화를 주장하는 시위가 확산했다.
17일 밤(현지시간) 최대 도시 이스탄불 곳곳에서 개헌 반대 지지자들이 모여 이틀째 부정투표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전날보다 시위 지역과 규모가 늘었다.
80% 이상이 개헌에 반대한 베식타시구(區)에선 2천명이 모였다.
베식타시, 바크르쾨이, 술탄가지, 카드쾨이, 카르탈의 거리에는 개헌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모여 '반대'(Hayir) 문구가 쓰인 팻말과 현수막을 들고 "반대가 이겼다"를 연호했다.
집에서 들고 나온 프라이팬이나 주전자를 두드리며 "우리 표가 도둑 맞았다"고 외치는 모습은 앞서 2013년 이스탄불 탁심광장 반정부 시위대를 연상시켰다.
'도둑, 살인자, 에르도안' 같은 과격한 함성도 터져나왔다.
수도 앙카라에서는 디크멘과 이윅셀 등에서, 야당 공화인민당(CHP) 텃밭인 이즈미르와, 에게해 해안도시 안탈리아에서도 개헌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모여 국민투표를 무효로 하라고 촉구했다.
안탈리아에서는 시위대 10여 명이 진압 경찰에 연행됐다.
터키의 주요 3대 도시인 이스탄불, 앙카라, 이즈미르에서는 모두 개헌 반대표가 우세했다.
앞서 터키 선거관리위원회(YSK)는 투표 당일 선관위 관인이 없는 투표용지도 유효 처리키로 방침을 정하고 이를 공지해 투표부정 논란이 일고 있다.
또 선출직 단체장이 해임되고 관선 단체장이 파견된 남동부 쿠르드계 지역에서는 앞서 두 차례 선거에 견줘 여당을 지지한 비율이 높아진 경향이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인민민주당(HDP) 강세 지역의 투표함에서 개헌 찬성 몰표가 쏟아진 경우도 있다는 내용이 소셜미디어에 확산하고 있다.
앞서 이날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와 유럽평의회 의회협의회(PACoE)가 파견한 투표 감시단은 캠페인 공정성이 미흡했으며, 투표 당일 무효표 처리기준을 변경한 선관위 방침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그러나 투표공정성 논란을 일축하고, 시위대를 조롱했다.
유럽 투표 감시단의 발표 후 에르도안 대통령은 "너희 분수를 알라"며 무시하고, "터키는 서방 국가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가장 민주적인 투표를 치렀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투표 결과에 반발하는 시위대가 2013년 반정부 시위대와 같은 세력이라고 규정하고, "내가 아는데, 이제 그들(시위대)이 주전자와 프라이팬을 들고 나타날 차례"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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