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북핵해결 의지 확인…아버지 회고하며 '결의' 표명
사드 배치완료 차기정부 결정·FTA 개선 등 언급은 우려 남겨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2인자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첫 한국 방문은 향후 '트럼프 시대' 한미동맹이 어떻게 전개될지 그 얼개를 보여줬다.
북한의 전략 도발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시점에 이뤄진 펜스 부통령 방한은 일단 한미 양국이 변함없는 동맹관계를 바탕으로 대북 공조를 펼쳐나갈 것이라는 점을 확인시켜줬다는 평가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 1월 취임에 이어 한국도 5월 9일 조기 대선을 치르게 되면서 양국 모두 과도기에 있는 비교적 불안정한 상황임에도 협력 강화 의지를 확인함으로써 안팎의 우려를 불식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하지만 방한길에 동행한 백악관 외교안보 참모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완료 시점은 한국의 차기 대통령이 결정할 사안이라고 언급한 것이나, 펜스 부통령이 출국 직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선'(reform)을 거론한 것 등은 차기 정부가 한미 관계에 있어서 만만치 않은 외교·경제적 과제를 마주할 것임을 시사한다.
◇ 한미동맹·북핵공조 확인…'아버지의 이름으로'
펜스 부통령은 2박 3일간의 방한 내내 단호한 표현으로 한미동맹 강화 및 대북 압박 의지를 표출했다.
그는 17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면담 이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여러분과 100% 함께한다"면서 "한미 동맹은 한반도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평화, 안전의 핵심축이다. 미국의 한국에 대한 의지는 철갑같이 공고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에 앞서 남북 분단의 상징인 비무장지대(DMZ)를 찾아서도 한미동맹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내놓았다.
펜스 부통령은 정세균 국회의장 등 정치권 인사들과의 면담에서도 "한국에 새 정부가 들어서도 한미동맹은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대통령 선거 결과와 관계 없이 양국 관계가 강고하리라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반면 펜스 부통령은 북한에 대해서는 단호한 '응징' 의지를 보였다.
그는 공동 기자회견에서 "모든 옵션은 테이블 위에 있다"면서 "북한은 우리 대통령의 결의를 시험하거나 미군의 힘을 시험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라고 경고하는 등 북한의 도발에 대한 '압도적이고 효과적인 대응' 방침을 천명했다.
아울러 한미 양국의 공통 인식을 기반으로 중국을 향해서도 북핵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역할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펜스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중국이 북한을 적절하게 대처할 것이라는 데 자신감이 있다"면서도 "만일 중국이 북한을 대처하지 못하면 미국과 동맹국이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펜스 부통령이 방한 기간 공식 석상에서 가장 애용한 표현의 하나가 '결의'(resolve)였을 정도로 그가 한미간 주요 정책 공조에 있어서 분명한 표현을 사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18일 정례브리핑에서 "펜스 부통령 방한은 한반도 관련 핵심 현안에 대한 양국간 공조를 더욱 심화시키고 한미동맹을 지속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중요한 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특히 펜스 부통령은 한국전쟁 참전용사인 부친 에드워드 펜스를 여러 차례 언급하면서 자신의 발언에 '진정성'을 보탰다. 일요일 오후 한국에 도착한 그가 가장 먼저 찾은 곳도 국립현충원이었다.
그는 기자회견 말미 "자유롭고 민주적인 한국은 양국 군인들의 희생 덕분에 있다. 여기에는 우리 아버님도 포함돼 있다"며 "아버지는 다시 집으로 왔지만 아버지의 친구들, 미국군과 한국군이 영원히 목숨을 잃었다. 이런 분들의 희생으로 양국의 자유는 영원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함께 방한한 부인 캐런 펜스도 세브란스 어린이병원과 창덕궁을 방문하는 등 문화 외교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순국 선열을 추모하고, 한미동맹의 공고함을 재확인하고, 양국 군장병들을 치하하고, 양국 기업인들의 기여에 감사를 전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한국 방문은 100% 의미 깊은 시간이었다"고 총평했다.
◇ 오는 길 '사드' 발언…떠나기 직전 'FTA' 언급 우려
하지만 공교롭게도 펜스 부통령의 방한의 시작과 끝에 한국으로서는 신경 쓰이는 언급이 나왔다.
먼저 펜스 부통령 방한 길에 동행한 백악관 외교정책 고문은 기자들에게 사드 배치가 수개월 걸릴 수도 있다면서 배치 완료는 "(한국의) 차기 대통령의 결정으로 이뤄지는 게 맞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는 한미 양국의 합의대로 사드 배치를 진행하되, 이를 완료하고 작전운용을 시작하는 문제는 다음 달 9일 대선으로 들어설 한국의 차기 정부와 논의할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됐다.
특히 미국과 중국이 북핵 대응에 공조하는 과정에서 사드가 '빅 딜'을 위한 레버리지로 쓰일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상황이어서 우려를 더했다.
한미 당국은 곧바로 "사드는 한미간 협의한 대로 정상적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거듭 입장을 밝혔지만, 결과적으로 사드 '조속' 배치라는 기존의 방침과는 다소 결이 다른 '신호'가 발신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펜스 부통령은 떠나기 직전에는 경제적 측면에서도 '압박'이자 '예고'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발언을 내놓았다.
그는 18일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연설에서 "앞으로 한미 FTA 개선이라는 목표를 향해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한미 FTA 이후 지난 5년간 미국의 무역 적자가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는 사실이 우려된다"며 이 점에 대해 '분명한 진실'(hard truth)이라고 칭했다.
정부는 전반적으로 펜스 부통령의 언급이 직접적인 '재협상'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평가하는 기류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기간부터 일관되게 '미국 우선주의', '보호무역주의'를 표방한 만큼 차기 한국 정부가 들어서면 재협상 또는 개정 요구가 있으리라는 관측이 나온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반드시 재협상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면서도 "정부로서는 한미 FTA의 상호 호혜적 성과를 미국 조야에 지속적으로 설명하는 한편, 미국 무역적자 및 협정 재검토 동향 등을 예의주시하겠다"고 밝혔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대북 경고, 한미동맹 과시, 방위공약 재확인, 차기 정부와의 협력 강조 등에 초점이 맞춰진 방한으로 평가된다"면서 "FTA 개선과 관련해서는 현실적으로 요구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대비를 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hapy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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