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시 中기업 8번째…허위공시로 금융당국 조사받아
(서울=연합뉴스) 조민정 기자 = 지난해 허위공시 등으로 논란을 빚었던 중국원양자원[900050]이 작년 감사보고서에서 결국 '의견거절'을 받았다.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 퇴출위기를 맞았다.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겨냥한 중국의 보복 공세에 따른 한·중 양국 간 갈등이 여전한 상황에서 이번 사태가 발생함에 따라 중국기업에 대한 신뢰도를 더 떨어뜨릴 전망이다.
중국기업들의 기업공개(IPO)에도 찬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2011년의 '고섬 사태'를 떠올린다. 이 때문에 '중국기업 트라우마'가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포토샵 조작·500억원 빚 탕감…'못 믿을' 공시 남발
2009년 5월 코스피에 상장한 중국원양자원은 지난해 수차례 허위공시로 지탄을 받았다.
'대여금과 이자를 못 갚아 소송을 당했고 지분을 압류당했다', '선단이 파업에 들어갔다'는 악재성 공시를 쏟아내다 '500억원의 빚을 탕감받았다', '대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가 성사됐다'는 등의 호재를 잇달아 공시했다.
그때마다 주가는 널을 뛰었다. 투자자들은 회사 대표인 장화리씨가 저가 유상증자로 지분율을 높이려고 악재를 공시하고 유상증자 이후에는 호재 공시로 주가를 띄우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기도 했다.
중국원양자원은 이 같은 허위 공시가 금융당국의 눈에 띄면서 작년 4월 23일부터 7월 29일까지 3개월 넘게 매매거래가 정지되기도 했다.
한때 시가총액이 2천억원을 넘기도 한 대형주였지만 투자자가 접할 수 있는 정보는 공시와 회사 홈페이지 등으로 매우 제한적이라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더욱이 중국원양자원 같은 외국기업은 금융감독원 감리의 근거가 되는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 적용을 받지 않아 금융당국의 감리도 불가능하다.
중국 현지에서 답변이 지연되거나 허술해 제대로 된 조사를 하기가 어려웠다.
홈페이지에서 회사가 보유 선박이라고 소개해놓은 사진은 포토샵으로 조작된 흔적이 역력했다.
◇ 퇴출시 중국기업으론 8번째…"IPO 차질 우려"
중국원양자원은 감사인의 '의견거절'이라는 상장폐지 사유를 해소할 만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상장 폐지된다.
이 경우 중국원양자원은 국내에 상장했다가 상장 폐지되는 8번째 중국기업이 된다.
외국 기업의 국내 증시 상장이 가능해진 2005년 이후 작년 9월까지 국내 증시에 입성한 외국기업 25곳 중 9곳이 상장 폐지됐다. 이 중 7개 기업이 중국기업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2011년 중국 섬유업체 중국고섬이다. 고섬은 코스피시장에 상장된 직후 1천억원대 분식회계 사실이 들통나 2개월 만에 상장폐지됐다.
이후 중국기업에 대한 불신이 극도로 높아지면서 중국기업의 국내 상장은 그야말로 '뚝' 끊겼다.
작년 1월에야 크리스탈신소재[900250]가 2011년 6월 완리[900180] 이후 4년 반 만에 국내 증시에 상장할 수 있었다. 이후 로즈웰, 헝셩그룹[900270] 등 5곳이 상장에 성공했다.
외국 기업의 국내상장이 가능해진 2007년 이후 중국기업으로 6개사가 상장한 해는 지난해가 처음이다. 2010년 외국 기업 6개사가 상장했지만, 국적이 다 달랐다.
하지만 이번 중국원양자원 사태로 거의 5년 만에 재개된 중국기업 상장 열기에 찬물이 끼얹어질 전망이다.
헝셩그룹이 지난해 상장 직전 터진 중국원양자원(코스피 상장사)의 허위공시 여파로 상장 일정을 미루는 등 중국기업이라는 이유로 한동안 피해를 감수해야 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현재 상장을 추진 중인 중국기업들의 피해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증시 상장을 준비 중인 중국기업은 10여개사에 이른다. 컬러레이홀딩스, 그린소스인터내셔널유한회사 등 2개사는 상장예비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chom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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