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수색이 시작되니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네요. 긴장되고 초조합니다."
세월호 선체 미수습자 수색이 18일 오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선체 수색이 시작된 지 1시간여 만에 4층 선수 앞부분에서 3년여를 바닷물에 젖고 펄에 잠겨 있던 세월호 탑승자의 가방·신발·교복 넥타이 등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멀찌감치 이 장면을 지켜보던 미수습자 가족들은 2014년 침몰 후 수중수색 200여 일 동안 느꼈던 불안함과 초조함이 다시 찾아왔다.
가족들은 앉아 있지 못한 채 추모 리본으로 뒤덮여 '노란 항구'로 변한 목포 신항 안과 밖을 드나들었다.
인양부터 거치까지 오랜 기간 경기 안산 자택을 떠나 타지 생활을 하는 단원고 양승진 교사의 부인 유백형 씨는 면역력이 약해져 걸린 병으로 병원 치료를 받고 왔다.
통증이 온종일 속을 쓰리게 하지만 유 씨는 자리를 박차고 나와 산을 오르는 듯한 무거운 발걸음으로 신항 부두 주변을 걸었다.
남편과 미수습자 9명의 얼굴이 새겨진 현수막을 어루만지며 철조망 너머로 보이는 세월호를 응시한 유 씨는 낮은 목소리로 "언제나 나올까. 언제나 나올까"를 읊조렸다.
"언제쯤 좋은 소식이 들릴까요?"는 물음에 그는 "3년이나 기다렸는데 더 기다려야겠죠?"라고 되물었다.
허다윤 양의 아버지 허흥환 씨는 담배를 입에 물고 발걸음을 한 발 한 발 떼며 불안하지만 갈길 없는 마음을 달랬다.
권재근 씨의 형이자 권혁규 군의 큰아버지 권오복 씨는 애꿎은 신문만 뒤적거리며 하루를 보냈다.
단짝처럼 붙어 다니는 조은화·허다윤 양의 두 어머니도 긴장에 온몸에 굳은 듯 자원봉사 물리치료사에 아픈 몸을 의지했다.
평소 "미수습자 가족을 끝까지 찾을 수 있게 도와달라"며 방문객과 취재진의 손을 감싸 쥐던 두 어머니는 이날 평소보다 말을 아끼며 언제 끝날지 모를 기다림을 다시 시작했다.
pch80@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