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과제]⑭정부조직 개편은 '최소한도로' 그리고 '빠르게'

입력 2017-04-22 07:00   수정 2017-04-22 08:55

[새 정부 과제]⑭정부조직 개편은 '최소한도로' 그리고 '빠르게'

정부조직은 정책 방향의 설계도…정부 수립 후 61차례 개편

인수위 없는 차기 정부…조직 개편 지연되면 국정공백 심화 우려

'개편을 위한 개편'은 지양해야…국정운영의 연속성 유지가 중요

(서울=연합뉴스) 이한승 기자 = 정부조직은 그 자체로 새 정부의 정책 방향을 보여주는 설계도다.

이 때문에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부조직 개편은 당연한 '통과의례'로 인식돼왔다.

그러나 조기 대선으로 인해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곧바로 임기를 시작해야 하는 차기 대통령으로서는 새 정부의 밑그림을 그릴 수 있는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없다.

이에 따라 차기 정부가 과연 어느정도의 속도와 폭으로 개편을 단행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 수립 후 61차례 조직 개편 = 지난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정부조직은 61차례 바뀌었다.

정부는 11개 부·4처·3위원회로 출범했다가 제1공화국 말기 12부·2실·3청·1위원회로 개편됐다. 이승만 정권의 조직 개편은 신생 독립 국가의 위상을 천명하고, 전쟁으로 파괴된 생산설비를 복구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박정희 정권에서는 출범 당시를 포함해 24차례 개편이 이뤄졌고, 조직 개편의 목표는 '경제발전'이었다.

제5공화국은 출범할 때를 포함해 8차례 조직 개편을 했고, 노태우 정권은 2차례 조직 개편을 했다.

김영삼 정부는 4차례 조직 개편을 하며, 과감하게 조직 정비를 했지만, 검찰·경찰·감사원 등 권력기관에 대한 개편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김대중 정부는 3차례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김대중 정부는 IMF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대대적인 공공부문 구조조정에 나섰지만, 지나치게 부처 통폐합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정부 조직에 혼란을 초래했다는 지적도 있다.

노무현 정부는 18부·4처·17청·1위원회로 출범해 임기 내내 비슷한 골격을 유지했다. 노무현 정부는 분권을 지향하며 행정 패러다임의 교체를 꾀했으나, 기존의 중앙집권형 제도와 충돌해 기대했던 효과는 내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이명박 정부는 5차례 조직 개편을 했고, 역대 정부 사상 최대 규모인 정무직 16명과 3천427명의 인력 정원이 감축됐다.

박근혜 정부는 17부·3처·17청·4위원회 체제로 닻을 올렸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조직 개편을 단행해 17부·5처·16청·4위원회로 바뀌었다.






◇인수위 없는 새 정부…정부조직 개편 시나리오는 = 인수위 없이 출범하는 차기 정부의 조직 개편 시나리오는 크게 3가지다.

첫 번째는 다소 시일이 걸린다고 해도 전면적인 조직 개편을 하는 방법이다.

이 경우에는 국민들에게 '혁신'의 모습은 보여줄 수 있지만, 야권이 조직 개편에 반대하는 경우 정부조직법 통과까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수 있다.

두 번째는 단계적으로 조직 개편을 하는 방법이다.

전면적인 조직 개편을 하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쟁점이 되는 부처만 개편하고 향후 국정운영 상황을 보면서 조직을 단계적으로 개편하겠다는 것이다.

이 방안은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면서 조직 개편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장점이 있지만, 참신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세 번째 방안은 새 정부가 조직 개편을 하지 않고 현재의 시스템을 그대로 가져가는 것이다. 그러나 조직 개편은 새 정부의 통치 이념을 구현하는 중요한 수단이라는 점에서 이 방안은 거의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새 정부 조직 개편은 '최소한으로' 그리고 '빠르게' = 새 정부 입장에서 정부조직 개편은 가장 중요하면서도 매우 지난한 작업이다.

이 때문에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여야는 정부조직법 개정을 놓고 첨예하게 충돌해 왔다. 실제로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정부조직 개편이 마무리되기 까지 무려 52일이 소요되기도 했다.

조직 개편 이후에도 문제였다. 공무원 인력과 사무실 공간을 재배치하고, 예산을 재분배하며, 홈페이지 등을 개편하는 데에도 상당한 기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각종 공문서나 홍보자료, 외국에 보내는 문서 명칭 등을 전부 바꾸는 데에도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간다.

게다가 여러 개 부처가 하나로 통폐합되면서 소속 공무원들 사이에 치열한 주도권 싸움이 벌어지기 마련이고, 결국 신설 부처가 '화학적 결합'을 이루는 데까지는 1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됐다.

이 때문에 관가에서는 정부조직 개편을 하는 경우 득(得)보다 실(失)이 많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제기됐다.

무엇보다 새 정부는 인수위 없이 출범하는 만큼 공회전 기간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단시일 내에 조직 개편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직 개편에 수개월이 소요된다면 출범 초기 '골든타임'을 허비하는 상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새 정부의 조직 개편은 '가능한 빨리' 그리고 '최소한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문명재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정부조직에 가능한 손을 대지 않으면 좋겠다"면서도 "만약에 조직 개편을 해야 한다면 국정운영 방향을 보여줄 수 있는 부처를 중심으로 최소한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직개편이 국정운영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전 정권과의 차별성을 부각하기 위해 '개편을 위한 개편'을 한다면 오히려 국정운영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선우 방송통신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조직 개편의 목적은 일을 잘하기 위한 것인데 조직 개편 이후 오히려 협업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며 "조직을 뜯어고치기보다는 주요 부처 중심으로 국정이 운영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jesus786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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