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판 이면을 통해 본 인간의 권력욕…영화 '특별시민'

입력 2017-04-18 19:05  

선거판 이면을 통해 본 인간의 권력욕…영화 '특별시민'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정치인은 검사·조폭과 함께 한국영화의 단골 소재다. 주로 검사나 조폭이 주연인 영화에서 정치인은 이들과 결탁해 부정부패를 일삼는 무능한 인물로 그려지곤 했다.

오는 26일 개봉하는 '특별시민'은 국내에서는 보기 드물게 선거전과 정치인의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다룬 정치영화다. 마치 한국 정치의 현실을 옮긴 듯 선거전의 이면을 세밀하고 생생하게 그려내 대선 국면과 맞물려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대권을 꿈꾸며 대한민국 사상 최초의 3선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변종구(최민식 분)가 주인공이다. 배신과 음모, 흑색선전이 판치는 선거판에서 그는 서울시민의 표심을 얻기 위해 갖가지 모습으로 변신한다.

3선 시장은 '떼놓은 당상'처럼 보였던 그에게 여러 악재가 닥치고 정치생명이 끝날 위기에 빠진다. 그러나 그는 특유의 동물적 직관과 폭넓은 인맥, 갖은 선거 공작으로 이를 헤쳐나간다. 선거대책본부장 심혁수(곽도원 분)와 젊은 광고 전문가 박경(심은경 분)이 변종구를 돕는다.

여론조사에서 엎치락뒤치락하며 1, 2위를 달리는 변종구와 양진주(라미란 분) 두 후보가 펼치는 불꽃 튀는 신경전도 흥미롭다.

이들을 통해 말과 이미지로 먹고사는 정치인들의 모습을 까발린다. 이들은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기 위해 가슴 노출은 물론 정치공작을 서슴지 않는다.


영화는 특히 현실에 발을 딛고 있어 더욱 와 닿는다. 두 후보의 TV토론과 유세 모습은 현실 정치인들을 보듯 실감 나게 그렸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변종구 역을 맡은 최민식의 연기다. 그의 등장은 첫 장면부터 강렬하다. 젊은 유권자와의 토크 콘서트 무대에 선 그는 젊은 래퍼들과 함께 야구모자를 쓰고, "내가 잘할게∼"라며 랩을 선보인다.

그의 서울시장 출마 연설도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장문의 대사로 이뤄진 긴 호흡의 장면이지만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소화해냈다. 최민식은 체화된 연기를 보여주려 직접 연설문을 작성했다고 한다. 이 덕분에 그가 객석을 향해 실제 연설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극 중 변종구는 집에서는 가정폭력을 일삼고, 권력욕을 채우기 위해 가족마저 희생시킨다. 그러면서도 능수능란한 달변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최민식은 변종구의 팔색조 면모를 미세한 눈 떨림이나 작은 표정 변화까지 놓치지 않고 자유자재로 표현해냈다.


변종구와 갈등 관계에 있는 심혁수 역의 곽도원과 서울시장 후보 라미란, 홍보전문가로 나오는 심은경, 선거캠프를 취재하는 방송기자 정제이 역의 문소리 등 다른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도 극을 받쳐준다.

그렇다면 변종구는 3선 시장 도전에 성공할까. 영화는 유권자들에게 다양한 생각할 거리를 던지며 끝을 맺는다.

2011년 조작된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기자 이야기를 다룬 '모비딕'으로 데뷔한 박인제 감독은 "'관 뚜껑을 닫을 때까지 버릴 수 없는 게 권력욕'이라는 말이 있다"면서 "선거를 통해 인간이 가진 권력욕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fusionj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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