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미·중 정상회담 이후 솔솔 흘러나오던 '빅딜 설'이 점차 구체화하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단독 요담에서 북핵 문제를 풀어가는 큰 틀에 합의했다는 것이 빅딜 설의 골자다. 요컨대 중국이 적극적으로 나서 북핵 문제를 풀면, 미국은 중국에 대한 환율·통상 공세를 늦추기로 대타협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런 관측을 먼저 불러일으킨 쪽은 중국이다. 정상회담 나흘 뒤 시진핑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한테 전화를 걸어 북핵 등 현안들에 대해 장시간 대화를 나눴다. 중국의 기존 정책 기조에서 크게 달라진 건 없어 보였지만 나흘만의 전화 회담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었다. 표변한 중국 관영 언론의 논조도 추론의 확산을 부채질했다. 앞장선 매체는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중문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다. 이 신문은 회담 직후, 중국의 도움을 받으면 핵을 포기해도 정권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다며 북한에 직격탄을 날렸다. 북한이 또 핵실험을 할 경우 대북 원유공급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도 중국 언론에 실렸다. 북한 입장에선 생명줄을 쥐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중국이다. 갑자기 이렇게 숨통을 조이니 매우 곤혹스러울 것이 분명하다.
요즘 중국 외교가에선 북한이 중국의 특사 파견을 거부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한다. 미국에 서버가 있는 중화권 매체 '둬웨이(多維)'는 17일 왕이(王毅) 외교부장과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북한을 방문하려다 거절당했다고 전했다. 영국 BBC는 '중국의 고위 외교관리'가 북한한테 비슷한 박대를 당했다며, 중국의 대북 영향력에 의문을 제기했다. 미국의 허핑턴 포스트는 장가오리(張高麗) 공산당 중앙위원회 상무위원 겸 부총리나 딩쉐샹(丁薛祥) 중앙판공청 상무부주임이 특사로 갈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두 사람은 중국 정부 내에서 대표적인 친북인사로 꼽힌다. 공신력 있는 BBC나 허핑턴 포스트가 이렇게 다룰 정도면 '소문'으로 치부할 상황은 아닌 것 같다. 실제로 중국이 어느 선까지 북한을 밀어붙이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미국의 '레드라인', 다시 말해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일단 중단하라는 정도는 될 듯하다. 미국과의 빅딜이 성립하려면 그 수준이 마지노선일 것이다. 다음 단계로 중국은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 최종적 해법을 타진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북·중 접촉설을 넘어서 미·북 접촉 가능성까지 고개를 드는 배경에는 북핵 판도의 이런 '화학적 변화'가 작용한다고 봐야 한다.
북한의 한성렬 외무성 부상은 18일 BBC 인터뷰에서 "미국이 군사공격을 계획하고 있다면 우린 핵 선제공격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이 그 정도로 무모하다면 "그날 바로 전면전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위협했다. 핵 항모 전단까지 동원한 미국의 군사적 압박에 맞서 북한이 연일 '일전불사'를 외치는 사정을 짚어봐야 한다. 미국과의 전쟁이 실제로 벌어진다면 그것은 곧 북한 김정은 체제의 종말을 의미할 것이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나는 것을 가장 두려워하는 사람을 꼽으라면 바로 김정은이 아닐까 싶다. 사실 북한 입장에선 미국의 군사적 압박보다 중국의 태도 변화가 더 아플 수 있다. 매일 쏟아지는 북한의 험구는 진퇴양난의 복잡한 속내가 표출되는 것일 수 있다. 어쨌든 북한이 선택해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 것 같다. 북한은 먼저 주변 상황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냉철히 살펴야 한다. 그런 다음 '핵'을 제외한 선택지 가운데 무엇이 최선인지를 신중히 골라야 할 것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나마 시간이 무한정 남아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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