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풍에어컨' 생산으로 주말도 풀가동 삼성 가전공장

입력 2017-04-19 11:01  

'무풍에어컨' 생산으로 주말도 풀가동 삼성 가전공장

모듈생산 시스템 도입해 불량률 50%↓…"2020년까지 스마트 팩토리 전환"

(광주=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 KTX 광주송정역에서 차로 2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하남산업단지 내 삼성전자[005930] 광주사업장 제2캠퍼스.

이곳은 맞붙어 있는 제1캠퍼스와 함께 삼성전자의 TV와 냉장고, 김치냉장고, 에어컨, 공기청정기, 세탁기, 건조기 등 대형 가전제품을 생산하는 국내의 유일한 공장이다.

무더위가 시작되기까지는 아직도 한참 남았지만 지난 18일 방문한 이 캠퍼스의 에어컨 생산라인은 밀려드는 주문에 이미 이달부터 주말도 없이 가동 중이다.

평일에도 지난달부터 풀 가동 상태다. 이는 작년보다 한 달이나 이른 것이다.

공장이 이처럼 바빠지게 된 데는 피부에 직접 찬바람이 닿지 않도록 하면서 냉방하는 '무풍에어컨'도 한몫을 하고 있다. 작년 1월 출시 후 15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35만대를 넘기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풍에어컨은 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에어컨 물량의 70%를 차지한다.

삼성전자의 유일한 국내 대형 생활가전제품 생산공장인 이곳에서는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스마트 공장'으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었다.

각종 ICT(정보통신기술) 장비와 센서, 로봇 등을 이용해 사람이 하던 수작업을 기계가 대신하도록 하면서 정밀도나 완성도, 효율은 더 높이는 작업이 한창인 것이다.


이 공장은 또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삼성전자의 각종 프리미엄 제품을 개발하는 테스트베드이자 생산기지이기도 하다. 여기서 검증된 생산 방식은 전 세계 11개국에 있는 삼성전자의 12개 가전 생산법인으로 확산된다.

흔히 가전공장 하면 떠올리는 컨베이어벨트는 일부만 남아 있었지만, 라인 대부분은 이미 2013년에 모듈 생산 시스템으로 전환했다.

모듈 생산 시스템은 생산라인 중간에 별도의 셀(cell·작업실)을 두고 작업자 한 명이 셀에 들어가 주요 조립공정을 도맡아 수행하는 방식이다.

여러 작업자가 각자 나사 몇 개만 조이면 끝나는 식의 분업화 대신 1명의 장인급 작업자가 특정 공정을 책임지도록 했다. 제품별로 누가 조립했는지도 기록으로 남기 때문에 그만큼 책임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계복 삼성전자 광주사업장 에어컨제조그룹장은 "작업자가 라인을 따라 걸어가며 불안정하게 작업하는 컨베이어벨트 방식과 달리 정지한 셀 안에서 안정적으로 작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모듈 방식 도입 이후 생산성은 25% 향상되고 불량률은 50%나 줄었다. 또 생산라인이 멈춰서는 일도 사라졌고, 생산장비가 차지하는 공간도 30%가량 감소했다.

이처럼 완성품 조립과 제품 검사 등 숙련된 작업자의 세심한 작업이 필요한 공정에는 모듈 생산 시스템으로 전환하면서 자재 투입, 사전 부품 조립 공정은 무인 자동화 시스템으로 바꿨다.

'자재 투입→조립→검사→완성→포장·출하'로 이어지는 에어컨 생산의 5단계 공정을 자동화 방식과 모듈 방식을 결합한 '융합형 제조공정'으로 재설계한 것이다.


이뿐 아니다. '에어컨의 심장'으로 불리는 콤프레서는 무게가 20㎏ 가까이 나가는데 예전에는 사람이 일일이 작업했다. 하지만 이제는 다관절 로봇을 이용해 자동으로 에어콘에 투입하고 있다.

인기 상품인 무풍에어컨의 경우 찬 바람을 균일하게 내보내는 직경 1㎜ 수준의 마이크로홀이 13만5천개나 있는데 육안으로는 제조 품질을 검사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여기엔 고해상도 카메라로 촬영한 3차원 이미지로 불량 여부와 불량 부위를 1차로 걸러내는 '3D(3차원) 스캔 기법'을 적용해 홀 막힘이나 이물 침투 등 불량을 검출할 수 있도록 했다.

그렇게 걸러진 불량 부위를 사람이 최종적으로 찾아내 조치를 하는 것이다. 이 시스템 도입 뒤 불량이 50%가량 줄었다고 한다.

제품 포장에 쓰이는 벤딩은 150㎏ 정도의 인장 강도를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벤딩 재료를 서로 접합할 때 온도가 중요한데 센서와 IT 장비를 이용해 온도가 중심값, 즉 기준값으로 유지되도록 자율조정하고 있다.

또 동파이프를 가스용접할 때도 용접 온도가 과열되면 동파이프에 구멍이 생기는 등 불량이 발생할 수 있다. 여기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용접기에 온도제어 시스템을 적용해 온도가 '황금값'을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생산 공정뿐 아니다. 신규 작업자를 생산라인에 투입하기 전 교육훈련도 '사이버 트레이닝' 시스템으로 하고 있다. 초보자는 3D(3차원) 그래픽과 증강현실(AR) 등을 이용한 이 시스템으로 1주일간 교육을 받은 뒤 실제 생산라인에 투입된다.

광주사업장 1·2캠퍼스에서 차로 15분가량 떨어진 첨단산업단지에는 3캠퍼스인 정밀금형개발센터가 있다.

TV와 가전제품 양산 때 필요한 일종의 거푸집인 '금형(金型)'을 만들어 전 세계 삼성전자 생산법인에 배포하는 거점이다.

이곳도 점차 스마트 공장으로 변해가고 있다. 예컨대 무인 작업 중 공구가 파손되면 작업자의 휴대전화로 이를 즉시 통지한다. 공구가 교체된 뒤에는 인공지능(AI)이 작업이 중단된 지점을 기억해 거기부터 작업을 재개한다.

금속 표면의 광택을 위해 샌드페이퍼 등 수작업으로 하던 일도 기계 망치가 금속을 두들겨 광택을 내는 식으로 바뀌었다.

이계복 그룹장은 "작년 말부터 로봇과 ICT 등을 결합해 생산을 자동화하는 스마트 팩토리 작업을 벌이고 있다"며 "2020년까지는 완성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sisyph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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