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트럼프 행정부 '피난처 도시와의 전면전' 양상

입력 2017-04-19 04:29  

美 트럼프 행정부 '피난처 도시와의 전면전' 양상

연방 재정지원 중단 지침 이어 "갱단의 어장" 비판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김종우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피난처 도시(Sanctuary City)와의 전면전'에 돌입한 형국이다.

연방 정부의 재정지원 중단 방침을 공식으로 선언한 데 이어, 이번에는 피난처 도시가 중남미 갱단을 잉태·확산시키는 '어장'(漁場) 노릇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트위터에서 "오바마 정부의 나약한 불법 이민자 정책이 나쁜 'MS-13' 갱단이 미국 전역의 여러 도시에서 형성될 수 있도록 했다"면서 오바마 정부의 이민정책 실패를 꼬집었다.

이어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이 가세했다. 그는 이날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d와의 협력 속에 진행 중인 중남미 갱단과의 전쟁이 피난처 도시들로 인해 차질을 빚고 있다"고 비판했다.

세션스 장관도 엘살바도르 갱단인 MS-13을 특정하면서 "소위 피난처 도시들이 중미 불법 체류자들을 끌어들이면서 이들 범죄집단이 세를 불리고 번창하게 하는데 일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연방수사국(FBI) 폭력조직정보센터(NGIC)의 분석자료를 인용해 "MS-13 조직원 수는 미국 내 1만 명 이상"이라며 "피난처 도시들이 MS-13과 같은 폭력집단의 확산을 방조하고 무고한 시민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세션스 장관이 지목한 MS-13 갱단은 공식 명칭이 '마라 살바트루차'이며, 로스앤젤레스(LA)와 시애틀, 캐나다 서부 밴쿠버 등에 퍼져 있는 범죄집단이다.

이들은 1980년대 엘살바도르 내전 당시 탈출한 조직원들이 미국에 건너와 자리를 잡기 시작해 2000년대 초반부터 실질적 위협으로 부상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멕시코 마약 카르텔이나 삼합회 등과는 달리 군대 교육까지 받은 이들은 갈수록 잔혹해지고 살인과 폭행, 인신매매, 강간 등을 서슴지 않는 악명 높은 갱단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세션스 법무장관이 같은 날 MS-13 갱단을 거론한 것은 불체자 단속 과정에서 피난처 도시들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실제로 세션스 장관이 지난달 27일 연방 정부의 피난처 도시 지원 중단 지침을 발표하자 뉴욕, LA, 시카고, 보스턴, 시애틀 등 미국 주요 대도시 시장들이 강력하게 반발했다.

에드 머리 시애틀 시장은 이튿날 연방 정부의 피난처 도시 재정지원 중단 방침이 수정헌법 10조에 위배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수정헌법 10조는 연방 정부의 정책을 지방 정부에 강요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게다가 캘리포니아 주 상원은 지난 4일 이른바 '피난처 주'(sanctuary state) 법안을 승인해 불체자 단속을 강화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에 맞불을 놓기도 했다.

이에 트럼프 정부는 피난처 도시에서 불법체류자 단속을 한층 강화할 것을 천명했다. 지방 정부들이 이민자 보호를 지속하자, 이민세관단속국(ICE)이 경찰처럼 '급습'을 통해 불법 체류자 체포에 나선 것이다.

국토안보부는 ICE의 불법체류자 체포·구금에 비협조적인 지방자치단체 118개 명단을 비롯한 전국 불체자 현황 보고서를 공개하기도 했다.

jongw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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