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그늘 벗어나려 안간힘…자체브랜드 꿈 이룰지 주목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 역경 끝에 일본 간판 기업이던 샤프 인수에 성공한 대만 폭스콘이 도시바 메모리 인수에도 성공할지 주목된다.
훙하이(鴻海) 정밀공업(폭스콘)이 270억 달러(30조7천억 원)에 도시바메모리 인수를 추진하는 것은 이 회사가 얼마나 절실히 주문제조업체에서 유력한 기술기업으로 탈바꿈하기를 원하는지 보여준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9일 평가했다.
폭스콘이 도시바메모리를 인수한다면, 샤프TV와 다른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메모리칩을 자체생산할 수 있어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하지만 폭스콘의 인수 시도는 이미 반도체 사업을 전략적 자산으로 보는 일본 정부 당국에 의해 역풍을 맞고 있다고 익명을 요구한 소식통들은 전했다.
소식통들은 이에 따라 일본 기업이나, 미국과 일본 연합팀이 인수에 성공할 것으로 전망했다.
폭스콘은 샤프 인수 때도 비슷한 저항에 부딪혔지만, 최종적으로 극복한 바 있다.
다만, 폭스콘이 35억 달러에 샤프 지분 66%를 인수한 게 좋은 투자였는지에 대한 평가는 아직 진행 중이다.
폭스콘이 샤프에 이어 도시바메모리 인수를 추진하는 배경에는 궈타이밍(郭台銘) 폭스콘 회장의 신념이 있다.
43년 전 이 회사를 세운 그는 폭스콘이 100년 동안 살아남을 기업이 되려면 자체 브랜드와 부품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폭스콘은 올해 들어 샤프 TV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샤프의 지난해 글로벌 TV 시장 점유율은 2%에 불과하다. 하지만 폭스콘은 올해 샤프 TV 판매량을 작년의 2배인 1천만 대까지 늘리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폭스콘은 "폭스콘이 움직이는 샤프"라는 슬로건 아래에 중국 리얼리티 쇼를 후원하고 대형옥외광고와 TV 광고를 병행하고 있다. 샤프 TV의 미국 시장 판권은 하이센스가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 시장이 주력 시장이다.
프레디 위안 폭스콘 최고마케팅책임자는 "젊은 소비자에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매달 새제품을 내놔 속도가 빠른 중국 시장에 적응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샤프의 중국 판매를 총괄하는 제이컵 첸 폭스콘 부의장은 "폭스콘의 핵심 이점은 제조규모로, 샤프 제품의 가격을 대폭 인하할 여지를 준다"면서 "핵심부품을 모두 자체적으로 만들기 때문에 효율과 비용 측면에서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폭스콘의 장기과제는 애플 등 고객사를 짜증스럽게 하지 않고 자체 브랜드를 내는 게 될 것이라고 WSJ은 논평했다.
후본증권 아서 랴오 애널리스트는 "지금까지 폭스콘은 샤프를 애플과 분쟁을 피하는 방향으로 조심스럽게 이끌었다"면서 "하지만, 작년에 노키아 휴대전화 브랜드를 인수했기 때문에 향후 자체 브랜드를 내놓을 경우 분쟁의 소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폭스콘은 애플의 주력 부품업체로 연간 매출의 절반 이상을 아이폰 부품 제조로 벌어들인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공장 중 하나인 중국 선전의 폭스콘 공장에서는 30만 명이 일하고 있다.
한편, 폭스콘은 도시바메모리 인수를 위해 인수진영에 샤프를 포함하고,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과 미국 애플에 연대를 타진하는 등 일본 정부의 기술유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전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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