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황화성 원장 "국가위상 걸맞는 장애 ODA 펼쳐야"

입력 2017-04-19 10:52  

[인터뷰]황화성 원장 "국가위상 걸맞는 장애 ODA 펼쳐야"

한국장애인개발원, 아태지역 장애인 권리향상위한 '인천전략' 기금 운영

"일본 2003∼2012년 1천억원 투입…한국, 10분의 1 정도라도 원조했으면"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일본은 아시아·태평양지역 장애인을 위한 국제개발협력(ODA) 사업에 2003년부터 10년간 1천억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했는데 한국은 2013년부터 현재까지 50억 원밖에 쓰질 않았습니다. 경제 발전과 국가적 위상에 걸맞는 ODA 사업을 펼쳐야 합니다."

제37회 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둔 19일 기자와 만난 황화성(60) 한국장애인개발원 원장은 한국의 장애 분야 ODA 사업의 현주소를 설명하면서 "미미한 수준"이라고 털어놓았다. 한국은 올해 연말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유엔 아태경제사회위원회(UN ESCAP) 각료급(장관급) 회의에서 62개 회원국으로부터 지금까지의 장애 분야 ODA 사업 중간 평가를 받는다.

황 원장은 "일본이 지난 10년간 투자한 예산 규모를 굳이 비교하지 않아도 우리의 장애 분야 ODA 사업은 회원국들로부터 낮은 수준의 평가를 받을 것이 확실하다"며 "정부와 국민의 관심이 지금보다 더 높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 회의에서는 지난 5년간 '인천전략' 성과를 평가하고, 향후 5년간 어떻게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이 전략을 달성할지를 논의한다.

아태지역에는 전 세계 장애 인구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6억5천만 명의 장애인이 산다. UN ESCAP는 이들의 인권과 권리증진을 위해 활동한다. 이 기구의 회원국들은 지난 2012년 인천에 모여 '제3차 아태 장애인 10년'을 선포하고, 그 실행 계획으로 '인천전략'을 채택했다. 한국 정부가 중국(1993∼2002년), 일본(2003년∼2012년)에 이어 아태지역 장애인들의 권익증진을 실행하는 주도국으로 활동하는 것이다.

정부는 당시 '인천전략' 목표 달성을 위한 기금을 조성하고, 한국장애인개발원을 운영사무국으로 지정했다. 우리 정부는 10년간 50억 원을 출연하겠다고 약속했고, 실제로 첫해 5억 원을 시작으로 2014년 5억 원, 2015년 7억 원, 2016년 7억 원, 올해 7억1천만 원 등 지금까지 총 31억1천만 원의 기금을 내놨다.

황 원장은 "일본은 '제2차 아태장애인 10년'을 주도하면서 일본국제협력단(JICA)을 통해 1천억 원을 들여 다양한 사업을 국제사회에서 펼쳤다"면서 "우리도 앞으로 남은 5년 동안 일본에 10분의 1 정도의 예산은 투입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인천전략' 채택 이후 한국 정부의 장애 분야 ODA 사업비는 정부 출연 기금에 국제장애인 지원사업 12억 9천200만 원, 국제협력사업 6억9천만 원을 합쳐 50억9천여만 원이다.


다음은 황 원장과의 일문일답.

-- 장애 분야 ODA, 여전히 낯설다.

▲ 사실이다. 지난 2013년 우리나라 ODA 정책의 근간이 되는 국제개발협력기본법이 개정돼 기본정신 및 목표에 장애 분야가 포함됐음에도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관련 사업 추진 건수는 아주 미미하다.

-- 관련법이나 제도적 장치가 부족한 것인가.

▲ 아니다. 국제개발협력기본법 외에도 우리 정부의 제2차 국제개발협력 기본계획(2016∼2020년)의 원칙에는 교육·보건·아동·여성·장애인 등의 분야를 중점 지원하겠다고 나와 있다. 또 한국은 지난 2008년 전 세계 173개국이 가입한 유엔 장애인권리협약도 비준해 사업 추진을 위한 국제법적 근거를 마련한 상태다. 거기에 UN ESCAP와 함께 '제3차 아태 장애인 10년'을 우리가 이끌게 되면서 분위기는 조성됐다.

--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 정부, 관계기관의 장애 분야에 대한 이해와 의지 부족이다. ODA 사업은 국내외 다양한 정치·경제·사회·문화 등의 변화에 민감하고, 기획 단계부터 사후관리까지 전 영역에 많은 변수가 있다는 특징을 고려하더라도 지난 5년간 동 분야에 대한 정부의 소극적인 지원은 국내외의 높은 관심과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 이해와 의지 부족이라는 말은 조금 추상적으로 들린다.

▲ 인정한다. 다른 말로 '편견'과 '오해'로 표현할 수 있다. 동 분야의 사업이 왜 중요하고 필요한지 알고는 있지만, 장애는 왠지 '다루기 어려운 분야'라거나 '분야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막연한 생각을 관계자들이 하고 있다. 장애와 동 분야 ODA 사업의 특징을 이해하고, 국제개발협력 선두국가로써 국제사회에 공헌하고자 하는 의지가 무엇보다 선행돼야 한다.

-- 그렇다고 이해와 의지만으로 사업이 활성화되는가.

▲ 물론이다. 정부의 관련 사업 지원 확대와 효과적인 사업 추진 체계가 필요하다. 일본은 1976년 말레이시아에 물리치료사 1명을 파견하면서 장애 분야 ODA 사업을 시작했다. 2014년 3월 기준으로 총 309개의 관련 사업을 JICA를 통해 추진했거나 추진 중이다. 1990년대 들어 국제사회는 '장애'를 ODA 사업의 주요 영역으로 다뤘고, JICA는 이러한 변화를 수용해 1995년 모든 장애 분야 사업에 대한 점검을 했다. 그 결과 1998년 '장애인복지검토위원회'를 발족했고, 2000년에는 외부전문가를 포함해 '장애와 개발분야 이슈별 지원위원회'를 결성했다. 이 위원회가 바로 일본의 장애 분야 ODA 활성화를 위한 가이드라인인 '장애와 개발 지침서'를 발간했다. JICA는 모든 사업에서 장애 이슈를 포괄적으로 다루기 위한 장애 전담부서도 뒀다. 이렇게 정부가 주도하고 시민사회단체가 협력하면서 일본은 세계에서 이 분야를 리드하는 국가로 부상했다.

-- 일본이 그렇다면 한국은 어디쯤 와 있는가.

▲ 시작단계다. 한국은 지난 1991년 KOICA 창립과 더불어 본격적인 개발협력사업을 시작했고, 200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하면서 국제적 위상이 올라갔다. 그러나 장애 분야는 KOICA를 통해 간헐적으로 사업을 추진했지만, 전문지식과 명확한 사업 가이드라인이 없어 한계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

-- 그렇다면 한국장애인개발원은 어떤 역할을 했나.

▲ 1989년 창립한 우리 기관은 장애 정책 발전을 선도해온 국내 경험과 '인천전략' 기금사무국으로서의 국제경험을 갖췄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이를 바탕으로 2015년 KOICA와 장애 분야 ODA 활성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후 장애 분야 사업 추진의 근거 및 국내외 현황, 사례를 분석하고 KOICA 내 장애 포괄적 ODA 사업 추진을 위한 정책 프레임을 제안하는 연구 결과를 끝냈다. 지난 3월 발간한 '장애 포괄적 개발협력 추진방안 연구'라는 책자에 담겨 있다. 이 자료는 일본 JICA의 장애 개발 지침서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 ODA 사업도 직접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 맞다. 아태지역 20개국의 장애통계구축 지원사업을 비롯해 몽골의 장애 조기 발견, 라오스 및 인도네시아의 직업 재활을 통한 자립 지원사업 등을 실시하고 있다. 개도국 장애 전문가들을 초청해 연수도 진행하고 있다.

-- 각국 장애 전문가들의 한국 방문 후 반응은 어떤가.

▲ 우리나라 장애 관련 복지 제도는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다고 칭찬한다. 우리가 과거에 미국과 일본 등의 장애제도를 보고 부러워했듯이 개도국 장애 전문가들도 부러워한다. 이들은 한국을 돌아보고서는 더 적극적으로 장애 분야 ODA 사업에 뛰어들어달라고 주문하고 있다.



24살때인 1984년 교통사고로 중증시각장애인이 된 황 원장은 나사렛대를 졸업하고, 단국대에서 행정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대한안마사협회 충남지부장을 시작으로 충청남도시각장애인연합회장(2003∼2013년), 충청남도중증장애인자립생활센터 운영위원(2008∼2015년), 충청남도장애인단체연합회 제1,2,4대 상임대표(2006∼2013, 2015.4∼8월) 등을 지냈다. 2006년 5월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충청남 도의원에 당선돼 의정활동을 했다. 지난 2015년 9월 한국장애인개발원에 취임했다.


ghw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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