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과수, 탄흔 245개 발견하고 조사 마무리…'총알'이라는 직접증거 없어 '추정'만
광주시·5월 단체 "5·18 진실규명 국가 차원에서 이뤄져야"
(광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 헬기사격을 '목격담'에서 '역사적 사실'로 격상시키는 작업이 휴지기에 접어들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은 19일 광주 동구 금남로 전일빌딩 10층에서 5·18 헬기사격 증거 발굴을 위한 현장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국과수는 법안전감정서에서 "탄환이나 탄환 잔해가 모두 천장 텍스(마감재) 위로 떨어졌을 것이나, 텍스가 떨어진 시점에 유실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인용했다.
국과수가 광주시 의뢰로 찾아 나선 총알은 5·18 계엄군의 자위권 발동 논리를 제압할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이 될 것이라고 기대받았다.
지상과 상공에서 동시다발적인 사격이 이뤄졌다면 계엄군이 자신을 보호하고자 군중을 향해 발포했다는 논리가 성립되지 않기 때문이다.
김동환 국과수 총기안전실장은 총알이나 그 파편 등 직접 증거를 찾지 못해 헬기사격 정황 가능성만 제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과학에 입각한 분석 작업만 수행할 뿐 수사 진행, 사법 판단, 역사 정의는 국과수의 몫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다만, 김 실장은 직접 분석한 전일빌딩 탄흔이 헬기사격에 의해 생성됐다고 추정한 근거를 자세하게 설명했다.
그는 "탄흔 190여 개가 나온 전일빌딩 10층은 5·18 당시 주변에서 가장 높았던 건물의 최고층"이라며 "최소 같은 높이에서 사격해야 이러한 발사각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탄흔이 부챗살 형태로 퍼져있는데 25∼30발이 탄창을 쓰는 M-16 소총으로 여러 사람이 쐈다면 이런 모양이 나오지 않는다"며 "헬기 창문에 거치한 기관총을 사용하지 않았을까 추정한다"고 밝혔다.
헬기사격이 이뤄졌다면 자위권을 발동할만한 교전 상황이 아닌 무력시위 차원에서 전개했을 것이라는 의견도 덧붙였다.
김 실장은 "만약 교전했다면 호버링(정지비행) 상태에서 저렇게(부챗살 형태) 쏠 수 없다"며 "계엄군이 자기들도 위험하니 기동사격을 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과수는 지난해 9월부터 진행한 4차례 현장조사로 전일빌딩에서 모두 245개의 탄흔을 확인했다.
국과수는 최고층인 10층에 모두 형성된 177개 실내 탄흔과 외벽 탄흔 68개 중 10층 창틀 주변에 모여있는 16개 탄흔이 "공중에서 사격하지 않고는 생성될 수 없는 탄흔"이라고 결론 내렸다.
정부기관으로서는 최초로 헬기사격 가능성을 제시한 국과수 측이 추가 현장조사는 무의미하다고 밝히면서 남은 과제는 정치권과 차기 정부 몫으로 남게 됐다.
광주시와 5·18단체는 총알이라는 직접 증거 없이 헬기사격 진상을 규명하려면 미확인 군 기록을 발굴하고 발포책임자를 역사 법정에 다시 세워야 한다고 뜻을 모았다.
윤장현 광주시장은 이날 발표한 입장자료를 통해 "최근 전두환 전 대통령이 회고록에서 헬기사격 증언자인 아널드 피터슨 미국 목사가 제시한 사진을 조작이라고 주장하는 뻔뻔함을 보였다"며 "5·18 특별법 제정 등을 통해 진실규명이 국가 차원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5월 단체, 시민과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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