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승부조작 무겁게 처벌해야…영구제명된 점 고려" 집행유예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태권도 대회 고등부 경기에서 승부조작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등학교 코치 2명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인천지법 형사10단독 이재환 판사는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인천 모 고교 태권도부 전 코치 A(38)씨와 또 다른 고교 태권도부 전 코치 B(37)씨에게 각각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고 19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7월 16일 인천 선학체육관에서 열린 '24회 인천시장기 태권도 대회' 남자 고등부 라이트(64∼68㎏)급 경기 준결승전에서 소속 고교선수인 C(17)군이 상대 선수인 D(18)군을 앞선 상황에서 기권을 선언해 승부를 조작하는 등 인천시태권도협회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A씨는 자신이 가르치는 선수인 C군이 14대 7로 D군을 앞서 있는데도 흰 수건을 매트에 내려놔 기권 의사를 밝힌 것으로 조사됐다. 태권도 경기에서 코치가 경기장에 흰 수건을 내려놓으면 기권으로 간주한다.
C군에게 밀려 탈락할 뻔한 상대 선수는 결승전에 진출해 결국 우승했다.
A씨는 "D군의 가정형편이 어려워 이번 대회에서 우승해야 고교 등록금을 면제받을 수 있다"며 "게임을 양보해 달라"는 상대방 코치인 B씨의 부탁을 받고 기권했다.
이 판사는 "피고인들은 태권도 지도자로서 학생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할 위치에 있었음에도 시합에서 이른바 '물려주기'라는 형태의 승부조작을 했다"며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할 수 없고 재범을 막기 위해서라도 무겁게 처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피고인들이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고 승부조작으로 금전적인 이익을 얻은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이번 범행으로 재직하던 코치직을 그만두고 태권도협회에서도 영구제명을 당해 더는 코치 일을 할 수 없게 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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