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델리=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 인도의 유명 주류 재벌이자 전직 상원의원이 1조원이 넘는 채무를 갚지 않고 1년 넘게 해외 도피 생활을 하고 있어 인도 정부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19일 인도 언론 등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현재 영국에 있는 비자이 말리아 전 상원의원의 사기 등 금융범죄 혐의를 조사하기로 하고 범죄인 인도를 영국 정부에 공식 요청했다.
이에 따라 영국 경찰은 말리아 전 의원을 18일 체포했지만, 그는 법원에서 65만 파운드(9억5천만원) 납입 보증을 조건으로 석방됐다.
영국 법원은 말리아 전 의원에 대한 범죄인인도 재판 변론을 다음 달 17일 시작할 예정이다.
말리아 전 의원은 인도의 대표적 맥주 '킹피셔'를 만드는 '유나이티드 브루어리'(UB)의 이사회 의장이자 F1 레이싱 팀 '사하라 포스 인디아' 등을 소유한 재벌이다.
그는 자신이 설립한 킹피셔 항공이 2012년 부도나는 바람에 900억 루피(1조6천억원)의 채무를 SBI 등 채권은행에 갚아야 하지만, 채권은행의 강압으로 회사 채무를 연대해서 지게 됐다며 갚지 않고 있다가 지난해 3월 영국으로 출국했다. 출국 후 상원의원직도 사퇴했다.
그는 2015년 12월 자신의 60세 생일을 맞아 고아 해변에서 가수 엔리케 이글레시아스와 발리우드 배우 등을 초청해 성대한 파티를 여는 등 채무 지급 소송이 진행되던 중에도 사치 행각으로 눈총을 받았다.
인도 사법당국은 지난해 말리아 전 의원을 사기, 돈세탁 등 혐의로 입건하고 그의 여권 효력을 정지시키는 등 국내 송환을 추진하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전날 말리아 전 의원을 거명하지는 않으면서도 "서민과 중산층을 약탈한 사람은 자신이 약탈한 것을 반환해야 한다"고 트위터에 글을 올려 그에 대한 사법처리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시사했다.
하지만 말리아 전 의원의 송환이 정부의 의지대로 쉽게 이뤄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일간 타임스오브인디아에 따르면 인도와 영국은 1993년 범죄인인도 조약을 체결했지만, 지금까지 영국이 이를 이용해 인도에 범죄인을 넘겨준 사례는 한 건도 없다. 1심 재판이 끝나는 데에도 6개월∼1년은 걸리는 등 관련 재판에도 적잖은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말리아 전 의원은 자신의 체포와 석방에 관해 인도 언론이 큰 관심을 보이자 자신의 트위터에 글을 올려 "범죄인 인도 재판이 시작된 것뿐"이라며 "(체포를 부각한 것은) 인도 언론의 과장보도"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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