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거주 터키인들은 왜 '독재 추구' 국민투표 지지했나?"

입력 2017-04-19 16:37  

"유럽 거주 터키인들은 왜 '독재 추구' 국민투표 지지했나?"

獨언론 '실망감' 표하며 원인 분석…"유럽인 이중기준과 소외감 때문"

(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터키 헌법 개정 국민투표에서 서유럽에 사는 터키인 지지가 반대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드러나자 유럽 각국이 착잡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유럽 언론은 '자유로운 민주주의 국가'에서 살며 그 장점을 누리는 서유럽 거주 터키인들이 초(超)장기집권과 독재를 가능케 하는 '제왕적 대통령제'로 전환하는 것에 찬성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연일 그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

특히 지난 1960년대부터 손님 노동자로 대거 이주해온 터키계가 300만 명에 달할 정도로 유럽 국가 중 터키계 인구가 가장 많은 독일은 국민투표를 전후해 터키 정부와 어느 때보다 거친 외교적 설전을 벌인 터라 더욱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 터키 국내보다 재외국민투표 지지율 훨씬 높아 = 19일 유럽 전문매체 유랙티브와 독일 공영 ARD방송 등에 따르면, 이번에 재외국민투표를 한 유럽 19개국 거주 터키인의 개헌 찬성률은 64.8%였다. 독일 내 터키계의 찬성도 63%로 반대보다 훨씬 많았다.

이는 선거 전부터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가운데 야당과 비판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수많은 부정투표 의혹이 나오는 터키 국내에서조차 반대보다 불과 3%가량 더 높은 51.8%의 지지율로 간신히 절반을 넘긴 것과는 대조적인 일이다.

공영 도이체벨레 방송은 이 같은 결과에 "독일인들이 깜짝 놀랐다",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터키계 독일인들의 기괴한 행동…평범한 독일인은 이해할 수 없는 일", 일간지 빌트는 "터키계 독일인들이 장기독재 야망을 돕고 있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독일 언론은 이 '뜻밖의 사태'에 강한 실망감을 나타냈다. '권력의 상호견제와 법치,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서유럽 민주주의를 늘 누리며 살아온' 유럽 국가 거주 터키인 다수가 '대체 왜 말도 안되는 방안을 지지'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 유럽인 이중잣대와 소외감 등이 배경 = ARD 방송은 이와 관련해 "터키계가 독일에서 수십 년간 느껴온 차별과 소외감을 분노와 항의의 형태로 표출한 것"이라는 재독일 터키인협회 고카이 소플루 회장의 말을 전했다.

독일 터키연구센터의 학술책임자 하치 할릴은 "집단 소속감은 인간의 기본 욕구인데 특히 난민 유입으로 외국인 배척 정서가 강해진 2010년 이후엔 터키계의 독일 귀속감이 점차 약화한 반면 터키 귀속감은 커졌다"고 밝혔다.

그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정치적 계산에서 과도하게 유럽과 독일을 적대시하며 민족 자존심과 정체성을 과도하게 고양하는 전략을 구사한 것이 주효했고 특히 유럽에서 태어난 젊은 터키계의 열렬한 지지를 끌어냈다고 분석했다.

데틀레프 폴락 뮌스터대학 종교사회학 교수도 이런 분석에 동의하면서 재외 터키계 대부분이 터키 민주주의 수호를 원하지만 터키-EU 간, 기독교와 이슬람이 각각 지배적인 양측 사회 간에 존재해온 충돌이 갑자기 증폭되면서 실용주의가 밀려났다고 덧붙였다.

슈피겔은 "상당수 개헌 지지자의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가 독일인과 다르다"면서 이들은 나치를 경험해 철저한 권력분산과 견제를 우선시하는 독일과 터키의 역사적 경험이나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다고 전했다.

사회통합 전문가 아메르 비는 많은 터키인이 독일 등 유럽 내에 국적·인종·종교 등에 따른 '이중잣대'가 엄존한다고 믿는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네덜란드 극우정당 당수는 자국 총선때 독일에 와서 유권자 상대로 연설할 수 있었던 반면 터키 외무장관은 장소를 얻지 못해 영사관에서 연설한 일을 보며 독일 민주주의를 믿을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또 테러 사건만 나면 일단 무슬림을 의심하는 시각에 좌절과 분노를 느끼며 형성된 서구사회에 대한 반감도 강력한 터키 정부 지지로 나타난 것으로 분석됐다.






◇ 독일 사회로의 통합정책 문제점 반성 = 이번 일은 다문화사회 육성과 독일 사회로의 통합정책이 실패했음을 드러내며 큰 고민거리를 안겨줬다고 독일 언론은 보도했다.

하스나인 카짐 슈피겔 기자는 칼럼에서 통합정책의 실패를 지적하면서도 "그러나 비난받을 사람은 독일인이 아니다"라며 민주사회 구성원이 되기를 바라면 독일 극우민족주의든 이슬람 독재 세력이든 모두 비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터키계 후손으로 현재 독일 녹색당 당수인 쳄 외즈데미르도 통합정책 개선이 차기 독일 정부의 우선 과제여야 한다면서 "다만 (터키계 등 외국인도) 독일에서 장기적으로 행복하려면 발끝만이 아닌 두 발 모두를 땅에 굳게 디뎌야 한다"고 말했다.

터키계 시민 가운데 개헌 지지자가 75%나 나온 독일 중부 도시 에센의 토마스 쿠펜 시장은 도이체벨레 인터뷰에서 "독일 사회와 정치인들이 놓쳤으나 에르도안 대통령은 터키계를 존중, 지지를 끌어냈다"고 말했다.






choib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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