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중 다행?…"해수면 상승, 예상보다 늦어질 수도"

입력 2017-04-20 02:00   수정 2017-04-20 16:01

불행중 다행?…"해수면 상승, 예상보다 늦어질 수도"

극지연구소참여 연구팀, 남극 빙붕 붕괴 안 되는 이유 최초 확인

(서울=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 온난화에 따른 전 지구적인 해수면 상승 속도가 당초 알려진 것만큼 빠르지 않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20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극지연구소와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미국 항공우주국(NASA), 이탈리아(ENEA) 국제공동연구팀은 전 지구적 해수면 상승을 일으키는 남극 빙붕(ice shelf)의 붕괴가 기존 과학계의 예측보다 느리게 진행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새로운 단서를 찾아냈다.

이번 연구는 해수부 연구·개발(R&D) 사업인 '장보고기지 주변 빙권변화 진단, 원인 규명 및 예측' 연구의 하나로 추진됐으며, 연구결과는 네이처지 4월호에 게재됐다.

빙붕은 남극 대륙에 붙어 있는 두께 약 200~900m의 거대한 얼음 덩어리로, 바다에 떠 있으면서 대륙의 빙하가 바다로 흘러내리는 것을 막는 방어막 역할을 한다. 빙붕이 하나둘 붕괴되면 그만큼 해수면 상승도 가속화된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빙붕 표면의 얼음이 녹아 연못처럼 고인 물웅덩이가 빙붕의 붕괴를 촉진시켜 해수면 상승을 유발한다고 여겨왔다.

빙붕 표면에 생긴 물웅덩이가 많은 태양열을 흡수해 웅덩이가 점차 커지고, 주변이 함께 녹아 빙붕 전체의 붕괴를 가속화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2002년 1~4월 사이 여의도 면적의 380배에 달하는 라르센(Larsen) 빙붕이 이런 양상을 보이며 붕괴하기도 했다.






그러나 연구팀은 장보고기지 인근에 있는 '난센(Nansen) 빙붕'을 연구한 결과 빙붕의 형태에 따라 붕괴 양상도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확인했다.

일반적으로 평평한 형태의 빙붕 표면에 물웅덩이가 생성되면 주변의 얼음까지 녹아 빙붕 전체의 붕괴 속도가 빨라지지만, 빙붕이 비탈진 형태인 경우에는 물웅덩이가 형성되더라도 빙붕 표면에 흐르는 물줄기(강)를 통해 바다로 물이 배출돼 붕괴가 더는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비탈진 형태의 난센 빙붕 역시 따뜻해진 대기 온도에도 붕괴가 진행되지 않았다.

이원상 극지연구소 해수면변동예측사업단장은 "지금까지는 빙붕의 형태와 관계없이 물웅덩이 생성 시 빙붕 붕괴가 촉진된다고 여겨 이를 근거로 2100년까지 세계 해수면이 약 2m가량 상승할 것으로 예측됐다"며 "하지만 이번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볼 때 해수면 상승 속도가 예상보다 늦춰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수부는 이번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보다 해수면 변동 예측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shin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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