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 후 장애인 봉사활동 헌신, 장애극복상 수상
(수원=연합뉴스) 김광호 기자 = '시각장애인 정보화 교육 길라잡이, 장애인 정보화의 아버지'
경기도 수원 삼성전자 시각장애인 정보화교육센터에 근무하는 김병호(51) 과장의 별명이다.
김 과장은 자신이 시각장애 1급이면서 2002년 오픈한 시각장애인 전용 온라인교육사이트 '애니컴(anycom.samsunglove.co.kr)의 운영자이기도 하다.
91개 콘텐츠를 갖추고 있는 이 사이트는 컴퓨터와 점자단말기,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등 첨단 IT기기 활용법 등을 무료로 교육한다. 2년 전 회원이 8천200여명에 달했다. 지금은 전국에서 접속하면 누구나 이용 가능하다.
지금까지 이 사이트를 이용한 시각장애인 88명이 인터넷 정보관리사 2급 자격증을 취득, 곳곳에서 당당한 사회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 과장은 2005년부터 매년 시각장애인 정보검색 실력을 겨루는 '시각장애인 정보화 대축제 애니컴 페스티벌'도 개최하고 있다.
회사에 장애인들을 위한 IT 기기 개발을 수시로 제안하기도 하고, 2014년부터는 사내에 '스마트엔젤 IT기기 교육 봉사팀'도 만들어 운영 중이다.
그뿐만 아니라 사내 임직원과 함께 목소리 재능 나눔을 실천하는 '메아리 봉사단'도 구성,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도서 낭독 봉사를 하고 있다.
김 과장이 이런 장애인 대상 교육 및 봉사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본인이 시각장애인의 아픔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
구미전자공고와 금오공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고교 졸업 직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 입사해 사내 결혼까지 하며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그러다가 1992년 9월 눈이 불편해 찾은 병원에서 자가면역성 난치성 질환인 '포도막염' 진단을 받았고, 1994년 휴직을 하면서까지 치료에 전념했으나 1996년 끝내 시력을 모두 잃었다.
갑자기 찾아온 실명에 무엇 하나 쉽게 할 수 없어 좌절의 나날을 보내던 그는 어느 날 컴퓨터 화면의 내용을 읽어주거나 자판을 누르면 소리가 나는 스크린리더라는 소프트웨어를 접한 뒤 다시 희망을 품게 됐다.
첨단 기기를 이용하면 일반인과 다름없는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그는 재기를 꿈꾸며 회사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정보화교육센터 설립을 제안했고, 회사는 이를 받아들여 1997년 교육센터를 개소했다.
센터 개설과 함께 복직한 그는 이곳에 근무하며 본격적인 시각장애인 정보화 교육에 뛰어들었다.
김 과장은 시각장애인 교육에 헌신한 공로로 2007년 노동부 장관으로부터 장애인고용촉진 유공자 표창을 받았다.
20일 오전 열리는 경기도 장애인의 날 기념식에서는 경기도시각장애인연합회 추천으로 장애극복상을 수상한다.
김 과장은 "봉사를 하면 늘 행복하다. 할 수 있을 때까지 장애인분들을 위한 봉사를 계속할 것"이라며 "이번에 경기도 장애극복상도 다른 많은 봉사자를 대신해 받는다고 생각하고 앞으로 더욱열심히 봉사하겠다"고 말했다.
k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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