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난민 참상 담은 伊 다큐 제작자 열흘째 터키에 구금 중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탈리아 정부가 터키 정부에 구금 중인 이탈리아 인권활동가 겸 영화 제작자의 석방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탈리아 외교부는 18일 성명을 내고 터키 당국이 열흘째 붙잡아 두고 있는 가브리엘 델 그란데(34)를 풀어줄 것을 촉구했다.
유럽으로 가기 위해 가짜 결혼식을 하는 시리아 난민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온 더 브라이즈 사이드'(On the Bride's Side)를 최근 발표한 델 그란데는 지난 9일 터키와 시리아 국경 지대에서 체포됐다.
그는 '요새 유럽'이라는 제목의 인권 블로그를 운영하고, 난민들의 참상을 담은 책도 여러 권 집필하는 등 난민 문제에 깊은 관심을 쏟고 있는 활동가이기도 하다.
당초 그는 2∼3일 안으로 석방돼 이탈리아로 송환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터키 남서부 도시인 무글라의 수용소에 투옥돼 터키 내에서의 행적에 대해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탈리아 뉴스통신 ANSA에 따르면 델 그란데는 이날 가까스로 수용소의 유선전화를 통해 연락이 닿은 동료에게 "무사히 잘 있지만 휴대전화와 소지품을 압수당했다"며 "터키 당국이 기소도 하지 않은 채 기약없이 붙잡아 두고 있고, 변호사 선임도 허용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늘 밤부터 단식 투쟁을 시작할 것"이라며 "외교 당국 등 모든 관계자들도 내 권리가 존중될 수 있도록 움직여달라"고 요청했다.
이탈리아 외교부는 이에 대해 "델 그란데가 법률 지원과 영사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터키 당국에 요구해왔으며, 그의 석방을 위해 현재 모든 채널을 가동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국민투표가 통과된 뒤 유럽연합(EU) 내에서 터키의 인권 상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탈리아는 EU 내에서 터키와 정치적·경제적으로 가장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 가운데 하나로 꼽혀 이번 사건이 어떻게 해결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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