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 총리 "안정된 리더십과 최선의 EU 탈퇴협상 입지 원해"
여론조사선 여당이 과반의석 늘릴 것으로 전망…'하드 브렉시트' 여부 최대쟁점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영국이 애초 예정보다 3년 빠른 오른 6월 8일 조기총선을 치르게 됐다.
영국 하원은 19일(현지시간) 테리사 메이 총리가 발의안 조기총선 실시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522표, 반대 13표로 가결했다. 가결에 필요한 3분의 2의 찬성을 가볍게 넘겼다.
메이 총리는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본격적인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협상을 앞두고 안정된 리더십과 협상력 강화를 위해 조기총선을 전격 요청한다고 발표했다.
그는 "그들이(야권이) 하는 일은 브렉시트에 대비해 정부가 해야 할 일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정부의 협상 입지를 약화시킨다"며 "조기총선을 하지 않으면 그들(야권)의 정치적 장난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보도된 일간 더선과 인터뷰에서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일부 의원들이 "우리는 가장 큰 영향력과 EU 협상에서 최선의 협상 입지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2020년 예정된 총선 시기가 협상을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그는 "총선을 가까이 둔 시점에서 협상한다면 EU는 우리를 밀어붙일 수 있는 시기로 여길 수 있다"고 말했다.
메이 총리는 지난해 6월 브렉시트로 결론 난 국민투표의 책임을 지고 중도 사퇴한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의 후임 보수당 대표를 뽑는 경선에서 선출돼 총리직을 자동 승계했다.
따라서 메이 총리가 승리하면 국민들의 신임을 직접 얻는 셈이 된다.
제1야당인 노동당 제러미 코빈 대표는 "노동당은 경제 재건에 실패하고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학교와 국민보건서비스(NHS) 예산을 삭감한 현 정부의 대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2당인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의 니콜라 스터전 대표는 스코틀랜드 주민들의 유럽연합(EU) 단일시장 잔류 의지를 무시하는 보수당 정부와 싸우겠다고 말했다.
메이 총리가 이끄는 중앙정부에 제2의 독립 주민투표 허용을 공식 요청한 SNP는 이번 조기총선에서 독립을 위한 방안들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여론조사들 결과들에 따르면 보수당이 절반을 넘는 의석수를 지금의 17석(실질표결 기준)에서 대폭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112석까지 늘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달 들어 공개된 정당지지도 여론조사들을 단순 평균하면 보수당은 42.6%, 노동당은 25.4%를 기록하고 있다.
2015년 총선 득표율(보수당 37%, 노동당 31%)과 비교하면 보수당 지지도는 오른반면 노동당 지지도는 그만큼 떨어진 상황이다.
여론조사업체 Orb가 지난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협상을 지지하는 비중도 절반을 넘는 55%에 달한다.
영국 언론들은 대체로 학교와 국민보건서비스(NHS) 등 다른 대형 이슈들도 있지만 전격적인 조기총선을 부른 브렉시트 협상 전략 이슈가 다른 쟁점들을 집어삼킬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선거후 본격 시작될 EU 탈퇴 협상에서 EU 단일시장 회원국 지위를 포기할지를 놓고 여야 간 뚜렷한 대결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메이 총리는 EU 단일시장 탈퇴 등 EU와 관계를 완전히 끊는 '하드 브렉시트'를 추구하는 반면 노동당은 EU 단일시장에 대한 무관세 접근을 주장하고 있다.
제2야당인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은 이번 총선을 독립 행보를 가속화하는 기회로 삼는다는 태도다.
이미 EU 단일시장 잔류가 스코틀랜드의 이익이라며 메이 정부에 제2의 독립 주민투표 허용을 공식요청해놓은 상태다. 국민투표에서 스코틀랜드 지역은 브렉시트 반대(62%)가 높았다.
소수정당인 자유민주당은 반(反) 브렉시트 표심을 공략할 계획이다.
팀 패런 대표는 "처참한 하드 브렉시트를 피하고 싶다면, 영국이 EU 단일시장에 남기를 원한다면, 영국이 계속 개방적이고 관용적이고 통합된 사회이기를 원한다면 이번이 기회"라고 말했다.
영국 하원선거는 650개 선거구에서 최다득표자 1명을 선출하는 '승자독식' 방식으로 치러진다.
jung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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