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 장비 시범운영 중, 7월 피서철부터 범칙금 부과…안내는 '미흡'
(제주=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고속도로가 없는 제주도에서 실질적인 고속도로 역할을 했던 도로가 있다.
한라산 서쪽 중산간을 관통해 제주와 서귀포 시가지를 잇는 지방도 제1135호선 '평화로'다. 평화로를 이용하면 제주국제공항에서 중문관광단지까지 차량 정체가 없을 땐 40분 이내에 주파가 가능하다.
2002년 평화로 왕복4차로 확장공사가 완료되자 시간에 쫓기는 운전자들은 급경사와 급회전 구간이 많은 516도로(구 국도 제11호선)나 1100도로(구 국도 제99호선) 대신 평화로를 선택하기 시작했다. 최근엔 하루 평균 7만8천대 가량의 차량이 오가고 있다. 평화로의 하루 차량 통행량은 516도로와 1100도로 통행량을 합한 것보다 30% 이상 많다.
제주지방경찰청은 본청으로부터 1억원의 예산을 받아 올해 3월 평화로 서귀포시 안덕면 광평교차로∼제주시 애월읍 광령4교차로 사이 13.8km 구간에 '구간 과속단속 장비'를 설치해 운영에 들어갔다.
제주도에서 처음 설치된 평화로 구간 과속단속 장비는 시점과 종점에 각 2대의 카메라를 설치해 진행하는 모든 차량의 시점 또는 종점부 속도가 시속 90㎞를 초과거나, 구간단속 구간을 평균 시속 90㎞를 넘는 속도로 달려 8분 30초 이내로 지나가면 단속하게끔 돼 있다.
구간 내 범칙금은 가장 위반속도가 높은 1회에 대해서만 부과된다. 6월 말까지는 시범운영 기간이어서 범칙금이 부과되진 않는다.
경찰 통계에 따르면 4월 1일부터 13일까지 총 3천904대의 차량이 과속 구간단속에 적발됐다.
정식운영이었다면 하루 300명가량의 차량 운전자들이 차종과 위반속도에 따라 3만원에서 13만원까지 범칙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아직 평화로를 이용하는 운전자들 대다수는 구간단속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거나, 단속 원리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 1월 보도자료를 내 평화로 과속 구간단속 장비 운영을 알렸고, 안내 현수막까지 내건 데다 아직 시범운영 기간이 두 달 이상 남아 있다며 느긋한 입장이다. 경찰이 3월초 설치한 안내 현수막은 한 달도 되기 전 강풍에 찢겨 나갔다.
경찰이 관련 홍보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속도위반 운전자들에게 적발 여부와 구간 과속단속 장비 운영 상황을 알리는 사후 안내도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평화로 구간 과속단속의 필요성 자체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지난해 제주도 내 주요 도로에서는 총 80건의 사망사고가 있었지만, 구간 과속단속 장비가 설치된 광평교차로∼광령4교차로 사이 13.8km 구간에서는 사망사고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지난해 해당 구간에서 발생한 사고는 38건으로 85명이 다쳤지만, 도내 교통사고 총 발생 건수 4천455건 가운데 해당 구간 사고가 차지한 비율은 0.0085%에 그쳤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해 해당 구간에서 사고가 많이 나진 않았지만, 과속으로 인한 대형사고 위험이 상존하는 상습 과속 구간이어서 구간단속 장비 운영이 사고를 줄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4년부터 올해 3월까지 평화로 과속 구간단속 장비 운영 구간의 양방향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는 총 137건으로 2명이 사망하고, 272명이 다쳤다.
제주도는 사고 다발 구간인 516도로 성판악∼서귀포 입구 구간에 올해 하반기 내로 과속 구간단속 장비를 설치하고, 일부 구간에 대해 제한 속도를 50㎞에서 40㎞로 내릴 예정이다.
ji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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