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쏟아지는 '선심성 공약',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나

입력 2017-04-19 19:55  

[연합시론] 쏟아지는 '선심성 공약',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나

(서울=연합뉴스) '5.9 대선'을 앞두고 재원 확보 대책이 불투명한 '선심성 공약'이 폭주하고 있다. 역대 대선 중 그렇지 않았던 때가 있었을까마는 급히 치러지는 이번 대선은 특히 심하다는 느낌이 든다. 선거 기간이 짧기도 하지만 지역 연고와 보·혁 성향에 따른 '몰표 패턴'이 희미해진 것도 한몫하는 것 같다. 재원 대책이 확실하지 않은 공약은 당연히 지켜지기도 어렵다. 국민과 한 약속을 깨는 헛공약이 되기 쉽다는 뜻이다. 결과적으로 공약을 믿고 표를 준 유권자들을 속이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렇다고 무리하게 이행하라고 하기도 어렵다. 국가 재정에 엄청난 부담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각 후보가 공약 단계부터 소요 재원의 규모와 확보 방안을 구체적으로 밝혀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포퓰리즘 냄새를 풍기는 '선심성 공약'이 유난히 몰리는 분야가 복지이다. 신구 연령대에 따라 표심이 갈려서인지 노인, 청년, 아동 식으로 대상을 특정한 '수당 공약'이 주류다. 지지율 선두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노인(소득 하위 70%) 기초연금 인상(월 20만 원→30만 원), 0∼5세 아동수당(월 10만 원) 신설, 청년 구직 촉진수당 신설 등을 제시했다. 자체 추계로 한해 8조4천800억 원, 임기 5년간 42조4천억 원이 든다고 한다. 문 후보 측은 '재정지출 개혁과 세입 확대'를 통해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따로 증세하지 않는 한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문 후보와 양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도, 노인(하위 50%) 기초연금 인상, 청년수당·아동수당 신설, 육아휴직 급여 한도 인상 등 문 후보와 비슷한 공약을 내놨다. 안 후보는 아동수당에 들어갈 3조3천억 원을 '재정지출 합리화와 세출 조정' 등으로 조달하겠다고 했는데, 구체적이지 못하다는 점에서 문 후보와 다를 게 없다. 안 후보는 아동수당과 육아휴직 급여(8천억 원) 외에는 소요 예산 추계도 내놓지 않았다. 노인 기초연금 인상은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와 정의당 심상정 후보도 동일한 수준을 약속하고 있다. 홍 후보와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가정양육수당 신설과 육아휴직 급여 한도 인상 공약을 똑같이 제시했다. 심 후보는 아동 수당(월 10만 원) 전면 지급, 215만 가구 주거수당(월 20만 원) 지급 등 더 파격적인 공약을 내놨다. 큰 틀에서 대동소이한 다섯 후보의 '수당 공약'을 모두 이행하려면 5년간 63조 원 정도가 필요하다는 추계가 나왔다. 이 천문학적인 재원이 통상적인 국가재정 운용 범위에서 마련된다면 다행일 터이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게 문제다.



일자리 공약도 각 후보가 신경을 많이 쓰는 일인데 재정부담이 크기는 매한가지다. 문 후보의 일자리 공약은 한마디로 정부 주도 방식이다. 대통령 직속 위원회를 설치하고 공공부문에 21조 원을 투입해 일자리 81만 개를 만들고, 민간부문의 노동시간 단축으로 50만 개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3년 한시적으로 청년고용 할당제와 청년 구직촉진 수당도 도입하겠다고 했다. 안 후보는 임기 동안 청년 고용보장 계획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는데 5년간 5조4천억 원이 든다고 한다. 안 후보는 구직 청년에게 6개월간 월 30만 원씩 지급하는 공약도 제시했는데 소요 예산은 5년간 3조6천억 원으로 잡았다. 홍 후보는 과감한 규제 완화와 서비스산업발전법 통과를, 유 후보는 창업 중심의 일자리 창출과 창업중소기업부 승격을 각각 주요 공약을 내놨다. 심 후보는 청년고용 할당제 확대와 청년실업 부조 도입을 약속했는데 재원은 사회복지세 도입과 법인세 인상으로 마련하겠다고 했다. 다섯 후보가 공히 단기적 대책에 매달리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일자리 산출 근거와 재원 마련 방안이 구체적이지 않은 것은 물론이다.



유 후보만 빼고 나머지 네 후보가 약속한 노인 기초연금 인상은 현 정부 출범 초기부터 '증세 없는 복지' 논란을 일으켰다. 2008년 전체의 70%에 월 10만 원 상당을 지급하는 것으로 처음 시행됐는데, 18대 대선 공약을 거쳐 2014년부터 20만 원으로 인상됐다. 이번에 '30만 원 공약'이 나왔으니 대선을 치를 때마다 10만 원씩 오르는 셈이다. 올해 기초연금에 드는 예산은 중앙정부만 8조 원이 넘고, 지자체 분담분까지 하면 10조5천억 원에 달한다. 대선 공약이 이런 식으로 나와서는 안 된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각 후보는 지금부터라도 냉정한 이성으로 공약을 봐야 한다. 유권자들도 더는 눈앞의 사탕발림에 넘어가면 안 된다. 결국, 진실하고 합리적인 공약이 많이 나오도록 하는 것은 유권자들한테 달려 있음을 명심했으면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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