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콘·도시바·애플 20%씩 출자하고 샤프·아마존·델 등 10%씩 참여
'기술유출 우려' 완화책…"美기업들과 공동출자 합의했는지 확인 안돼"
(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 도시바(東芝)메모리 인수전이 중반으로 치닫는 가운데 가장 많은 금액을 써내고도 4개 진영 중에 최약체라는 평가를 받던 대만 훙하이(폭스콘)가 기사회생책을 구사했다.
중국과 가깝다는 이유로 일본 및 미국 정부가 인수후보에서 제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훙하이 자신의 지분율을 확 낮추고 미일 기업들을 컨소시엄에 끌어들이는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훙하이와 각축하는 한국의 SK하이닉스, 미국의 웨스턴디지털(WD), 브로드컴 등도 각 진영의 약점을 보완해 우선협상자로 최종 선정되기 위한 회심의 전략들을 가동하고 있다.
SK하이닉스와 WD는 모두 도시바메모리와 같은 NAND형 플래시메모리를 생산하는 기업이기 때문에 인수 시 점유율 상승으로 각국 독점금지당국 심사에 시간이 걸리는 것이 약점으로 꼽힌다.
브로드컴은 독점금지법이나 안보상 문제가 없어 앞서가는 것으로 비쳐졌지만 WD가 도시바와 공동생산하고 있는 욧카이치공장 계약서를 내세워 동의 없는 3자 매각에 제동을 건 것이 변수다.
일본 정부의 영향을 받아 브로드컴에 우호적인 도시바는 WD와 대화를 하면 쉽게 해결될 수 있다며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지만, 입찰 수속이 늦어질 가능성도 있고 최악에는 중단될 우려도 있다.
20일 아사히·마이니치 신문에 따르면 3월 29일 도시바메모리 1차 입찰이 마감된 이후 브로드컴과 훙하이가 활발하게 움직이며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 나머지 두 진영도 뛰고 있다.
마이니치는 훙하이가 제안서에서 "애플, 아마존, 델 등 미국 3개 기업과 훙하이 산하 샤프 등 일본기업이 '일본·미국·대만 연합'을 결성, 인수 시 훙하이의 출자비율은 20%에 머문다"고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훙하이는 2019년까지 미국 새공장 건설 등에 200억달러(약 2조8천억원)의 거액을 투자, 1만6천명의 고용창출안도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사 일본정부의 안보 거부감을 뛰어넘으려는 노림수다.
훙하이는 제안서에서 도시바메모리 지분 20%를 모회사인 도시바가 보유하고 샤프 10%, 소프트뱅크를 포함한 일본기업이 10%를 각각 출자하는 방안을 내밀었다. 이대로라면 '일본연합'의 출자비율은 훙하이(20%)의 갑절인 40%가 된다. 다만 샤프는 일본기업이지만 훙하이의 자회사다.
훙하이는 또 '미국연합'의 지분도 애플 20%, 아마존 10%, 델 10% 등 모두 40%를 제시했다.
이런 움직임은 일본정부가 기술유출을 우려, 중국과 관계가 깊은 훙하이에 매각하는 데 난색을 보인데 따른 것이다. 훙하이가 이번 입찰에서 최고액인 3조엔(약 31조원)의 베팅을 했지만, 일본당국이 외환법 심사를 통해 매각을 허가하지 않을 수도 있어서다.
그러나 이런 제안에도 일본 경제산업성을 중심으로 훙하이에 대한 경계심은 강력하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훙하이의 제안 자체도 애플이나 아마존, 델 등 유력기업으로부터 출자에 대한 이해를 구했는지 여부가 분명하지 않은 상태라고 마이니치는 전했다. 당근책마저 허점 투성이인 셈이다.
도시바 2차 입찰은 5월이다. 이때 1차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산업혁신기구나 일본정책투자은행 등이 끼어들 가능성은 열려 있다. 6월 우선협상자를 선정할 계획이어서 4개 진영의 각축은 더 격렬해질 듯하다.
tae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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