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려 속에서도 트레이드 등 독한 결정…책임감과 경쟁 유도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자유와 신뢰가 더 무서워요."
프로야구 kt wiz의 주장 박경수의 말이다.
언제나 "즐겨라", "편하게 하라"고 말하는 김진욱 kt 감독의 격려에서 더 큰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때로는 김 감독의 미소에서 '가시방석'을 느낀다.
김 감독은 팀이 패한 날에도 더그아웃에서 간단히 하이파이브를 한다.
박경수는 "팀이 처음 진 날에는 '내일 잘하겠습니다'라고 하면서 밝게 하이파이브를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패배하는 경기가 많아지면서는 "엄청 부담된다"고 털어놨다.
특히 팀이 KIA 타이거즈에 0-5로 져서 2연패에 빠진 날, 박경수는 9회말 2사 1, 2루에서 삼진을 당하면서 경기를 끝냈다.
박경수는 타석에서 김 감독이 하이파이브하려고 기다리는 더그아웃에 돌아오기가 부담스러웠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질 때도 밝게 하라는 감독님의 속내가 진짜 괜찮으신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말하며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면서도 "졌을 때의 스킨십 하나는 엄청난 영향을 주더라"라며 "하이파이브를 하며 '고생했다. 내일 잘하면 된다'는 메시지를 느낀다"고 말했다.
kt의 분위기는 밝으면서도, 늘 긴장감이 감돈다.
은근히 '경쟁' 수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kt에는 포지션 주인이 확정되지 않은 자리들이 있다. 3루와 외야 한 자리다.
내야에서는 심우준, 정현, 김연훈, 김사연 등이, 외야에서는 오정복, 전민수, 하준호 등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김 감독은 "6월에는 확고한 주전이 생길 것"이라며 그전까지는 선수들에게 골고루 기회를 주며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
지난 18일 단행한 트레이드는 이런 경쟁을 더욱 심화한다.
롯데 자이언츠에서 영입한 내야수 오태곤이 경쟁에 가담하게 됐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내야 경쟁이 더 가열될 것"이라며 미소를 보였다.
그는 "오태곤의 장점을 어떻게 살리느냐가 중요하다. 오태곤이 어느 포지션에서 어떤 역할을 맡을지 정해진 것은 하나도 없다"고 강조했다.
각자 경쟁에서 살아남아 자신의 자리를 차지해야 한다는 의미다.
오태곤의 합류로 김사연이 외야수로 다시 전향할 가능성도 생겼다. 김사연은 원래 외야수였지만, 올 시즌 3루수로 전향했다. 김 감독은 "좀 더 봐야 한다"고 밝혔다. 김사연의 거취에 따라 내·외야 경쟁 기상도도 달라진다.
안 그래도 생존 경쟁을 펼치던 내야수들은 트레이드로 긴장의 끈을 더욱 바짝 조이게 됐다.
이번 트레이드로 kt는 불펜의 핵심인 장시환을 롯데로 보냈다. 또 다른 투수 김건국을 함께 내주면서 롯데의 신예 투수 배제성도 받아왔다.
김 감독은 '육성'을 위해 '독한' 결정을 내렸다.
김 감독은 "당장 우리 팀에 도움이 되는 것보다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시환이 빠지면서 kt 불펜에는 베테랑 이상화를 제외하고 조무근, 심재민, 정성곤, 엄상백, 김재윤 등 어린 투수들만 남게 됐다.
김 감독은 "장시환이 나간 자리는 다른 선수들이 나눠서 채워야 한다. 그렇게 하면서 성장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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