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부, 일본해 용어 사용·칼빈슨호 '반대 항해' 논란도 韓 자극"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19일(현지시간) "한국이 중국의 일부였다"고 말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한국 역사수업은 한국 전문가들에게 받으라며 일침을 가했다.
WP는 이날 '사실 검증' 형태의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2일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한국은 중국의 일부"라고 말한 것을 놓고 "한국은 자체적으로 고유한 뿌리와 역사를 갖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경솔했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만남을 거론하며 "시 주석이 중국과 한반도, 북한이 아닌 한반도(Korea) 역사를 얘기했다. 수천 년 역사와 수많은 전쟁에 대해서. 한국은 사실 중국의 일부였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WSJ 인터뷰 기사에선 언급되지 않았지만 전날 미 온라인매체 쿼츠가 WSJ가 인터넷에 공개한 인터뷰 전문을 인용해 "한국을 격분하게 만들 일"이라고 보도하면서 뒤늦게 논란을 불렀다.
WP의 팩트체크 담당 미셸 예희 리 기자는 기사에서 자신이 서울 태생임을 공개한 후 "한국은 오랜 시간 문화·역사적으로 중국과 얽혀 있지만 중국의 거듭된 침공에도 직접적이거나 영토 관점에서 중국의 지배 아래 놓이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WP는 당나라의 도움으로 고구려, 백제, 신라가 통일신라로 통합된 7세기에 시작된 중국으로의 조공이 예외가 있긴 했지만 19세기까지 이어졌다며 "트럼프와 시진핑이 과거 중국과 한반도 사이 조공 시스템을 거론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WP는 또 황경문 서던캘리포니아대 교수가 코리아타임스에 쓴 글을 인용하며 조공을 한반도가 중국에 종속됐다는 증거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중국에 준 선물이 "종속의 신호로 읽힐 순 있지만 여전히 독립적인 위치에서 이뤄졌다"고 말했다.
한국이 중국 문명에 스며들었다고 말할 만한 순간은 기원전 한나라가 고구려 땅에 한사군을 설치했을 때나 13세기 고려에 강한 영향력을 끼친 원나라 시대를 꼽을 수 있다.
WP는 다만 중국과 한국이 "지리와 문화적으로 오랜 시간 밀접한 관계를 맺었지만 한반도는, 심지어 고구려조차 중국의 속국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WP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시 주석의 말을 그대로 옮긴 것인지, 아님 시 주석의 말을 오해했는지는 분명치 않아 트럼프 대통령 주장의 거짓 여부를 평가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중국 국수주의자들의 의견을 반영한 트럼프의 발언은 부주의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자기중심적일 수 있는 외국 지도자들의 설명을 따르기보다는 아마도 미 국무부에 있을 한반도 전문가들부터 역사 교육을 받는 게 더 가치 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행정부가 한국의 '애국주의' 감성을 무시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고 WP는 지적했다.
지난 3월 북한이 동해 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미 정부 관리들은 '동해'(East Sea)가 아닌 '일본해'(Sea of Japan)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으로 한반도 긴장이 높아진 상황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항공모함 칼빈슨호가 실제로는 반대 방향으로 갔는데도 한반도로 향한다고 주장해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kong7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