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 위협 보다 외부 정보 담은 USB 반입, 퍼트려야"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핵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는 호전적인 북한 김정은 정권을 뒤흔들기 위해서는 트럼프식 전쟁위협보다 북한 주민들에게 외부 자유세계 정보를 확산시키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고 데이비드 슬린 전 평양주재 영국대사가 주장했다.
평양주재 영국 대사관을 개설해 2002~2006년 초대 대사를 지낸 슬린 전 대사는 19일 일간 인디펜던트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2주간 국제적인 긴장 국면을 조성하는 등 갈수록 호전적인 김정은 정권을 다루기 위해서는 북한 주민들에게 외부 정보를 유입, 확산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슬린 전 대사는 이를 위해 서방은 언론자유와 지도부에 대한 비판을 장려하는 교육 자료가 담긴 'USB 스틱'을 북한 내에 반입, 배포할 것을 권고했다.
그는 이렇게 하면 군사적 행동 없이도 주민들에 불만을 퍼트려 북한 최상위 지도층을 약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탈북자들은 이미 오랫동안 (북한당국으로부터) 금지된 한국의 영화와 뉴스를 담은 USB 스틱을 북한에 몰래 반입해 주민들에 배포하고 있으나 영국의 전직 외교관이 공개적으로 이러한 방식을 촉구하고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슬린 전 대사는 "국제사회가 USB 스틱 배포 등을 통해 더욱 많은 외부 정보를 북한 주민에 퍼트려야 할 것"이라면서 아울러 "정보의 양과 범위도 함께 늘려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의 교육제도는 비판적 사고를 장려하지 않기 때문에 USB 스틱 등을 통해 주민들에게 자신들에 대한 사고와 올바른 질문을 제기하는 법을 독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인권재단은 한글판 위키피디아 등을 담을 수 있는 중고 USB를 기증해줄 것을 호소한 바 있다.
영국은 북한에 대사관을 두고 있는 소수 유럽국 가운데 하나이며 슬린 전 대사는 영국이 대사관을 통해 북한에 접근하는 특권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은 지난 6년간 북한에 400만 파운드(약 60억 원) 상당의 지원을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보수당 의원들의 비판 대상이 됐다.
슬린 전 대사는 그러나 이 자금이 지원자금이 아니라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정치적 성격의 기금이었다고 옹호했다.
그는 또 북한의 행동에 대한 자동반사적 대응을 경계하면서 군사적 대치가 필수적인 것은 아니라고 지적,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강경 대응을 우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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