궈원구이 "中당국, 고위층 부패 증거 은폐하려 누명 씌워"
"中당국, 매체·유튜브 등 활용해 궈원구이 공격"
(홍콩=연합뉴스) 최현석 특파원 = 최근 인터폴의 적색수배 명단에 등재된 중국 재벌이 중국 당국이 부패를 은폐하려고 자신에게 누명을 씌우고 있다며 역공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20일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외교부 루캉(陸慷) 대변인은 전날 인터폴이 중국 투자회사인 정취안(政泉)홀딩스의 지배주주 궈원구이(郭文貴)에 대해 적색수배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루 대변인이 궈원구이의 구체적인 혐의를 설명하지 않았지만, 소식통은 궈원구이가 부패 혐의로 낙마한 마젠(馬健) 전 국가안전부 부부장에게 6천만 위안(99억5천만 원)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당국은 전날 이례적으로 방화벽 때문에 중국에서 차단된 유튜브 등을 통해 궈원구이와 부패 관리들 간 연계 의혹을 제기하는 등 선제 선전전을 공개적으로 전개했다.
중국 신경보(新京報)는 전날 궈원구이의 사업 경력과 논란이 되는 거래 등 과거를 추적한 장문의 탐사 뉴스를 보도했다.
신경보는 마 전 부부장이 궈원구이로부터 뇌물을 받고 궈원구이를 어떻게 도왔는지를 자백하는 내용이 담긴 27분 분량의 영상도 단독 입수해 보도했다.
유튜브 한 계정에도 마 전 부부장과 궈원구이의 전 동료가 자백하는 영상 등이 공개됐다. 이 계정은 궈원구이를 공격하는 영상이 게시된 지난달 13일 만들어졌다.
영상은 중국 공안부 소셜미디어 계정에도 게시됐다.
구금된 전 국가안전부 부부장을 촬영하려면 구치소에 접근할 특권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영상 제작 배후에 중국 당국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대해 궈원구이는 전날 미국에서 미국의소리(VOA) 방송과 가진 인터뷰에서 마 전 부부장에게 뇌물을 줬다는 주장이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궈원구이는 마 전 부부장 사건과 관련해 작년 영국 런던에서 중국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와 중앙정법위원회 관리를 만났다며 사건의 실체가 인터폴에 전달된 혐의와 다르다고 주장했다.
궈원구이는 해외에 있는 동안 많은 중국 관리로부터 부패 증거를 전달받았다며 중국 당국이 고위층의 부패 증거를 은폐하려고 자신과 가족에게 테러 전술을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 당국이 자신의 친척 8명과 많은 직원을 괴롭히고 구금했다며 "당국이 매우 부패하지 않았다면 나를 이렇게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궈원구이는 약 1천200억 위안(19조9천332억 원)으로 추정되는 자신의 자산이 가족이 관리하는 기업에 속한 자산을 근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11개 국가의 여권을 가지고 있다며 28년간 어떤 형태의 중국 신분증도 이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인터뷰는 애초 3시간 동안 방송될 예정이었지만, 약 1시간20분 만에 방송이 중단됐다.
VOA는 혼선 때문에 인터뷰 내용이 1시간 이상 방영된 것이라며 인터뷰 관련 내용을 공개하고 지속적으로 부패 문제를 보도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궈원구이는 트위터에 게시한 영상에서 VOA가 여러 방면의 압력 때문에 인터뷰 시간을 줄였다고 주장했다.
궈원구이는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도 자신에 대한 혐의가 완전한 날조이며 부패 관리들이 잘못이 노출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적색수배가 자살 행위라며 이 때문에 이러한 나쁜 이들과 싸우려는 자신의 의지가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치 평론가 장리판(章立凡)은 중국이 인터폴에 궈원구이에 대한 적색경보 발령을 요청한 것이 송환을 의미하기보다 (고위층 부패를 폭로하려는) 궈원구이에 대한 경고의 의미가 크다며 적색경보가 구원구이를 송환하는 데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지만, 그의 외국 여행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관측했다.
궈원구이는 2013년 12월 중국을 떠났으며 2014년 4월부터 중국 검찰의 수배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궈원구이는 이달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이 열린 플로리다 마라라고 리조트의 회원이어서 정상회담 기간 시 주석과 마주칠 가능성이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궈원구이는 정상회담 당시 런던에 있었으며 마라라고를 방문하지 않았다.
harri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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