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칼빈슨호 행방 속이려 한 적 없어" vs 언론 "해명 말 안돼"

입력 2017-04-20 11:57   수정 2017-04-20 17:25

美 "칼빈슨호 행방 속이려 한 적 없어" vs 언론 "해명 말 안돼"

美 언론-행정부, '칼빈슨호 행방' 놓고 공방전 가열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기자 = 미국 항공모함 칼빈슨호의 '거짓 행방' 논란을 둘러싸고 미 언론과 행정부의 공방전이 가열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 중인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19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우리가 하겠다고 말한 것을 정확하게 하고 있을 뿐"이라며 "칼빈슨호는 항해를 계속하고 있으며, 북서 태평양의 우리 동맹국들을 지키겠다는 약속을 보장하기 위한 일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핵실험 위협이 커지던 8일 미 태평양사령부는 칼빈슨호가 당초 싱가포르에서 호주로 이동하려던 계획을 변경해 서태평양으로 출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북한의 핵실험에 미국이 강력히 대응하는 것 아니냐 하는 추측을 낳으며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켰다. 하지만 칼빈슨호는 당초 항로였던 호주로 이동해 연합훈련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칼빈슨호의 서태평양 이동을 확인해줬던 매티스 장관은 "우리는 칼빈슨호의 행방에 대해 투명해지려고 노력했다"며 "통상 항공모함의 행방을 미리 밝히지는 않지만, 나는 속이고 싶은 생각이 없었고, 항로를 바꾸고 있을 때 항로를 바꾸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행정부 관료들은 칼빈슨호가 바로 한반도로 향한다고 얘기한 적이 없다"며 "당초 발표가 시사했던 것처럼 빨리 향하고 있지는 않지만, 사실상 한반도로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국방부 관료도 "국방부는 통상 항공모함이 언제 어디에 있을지를 정확하게 얘기하지는 않는다"며 "성급하게 결론을 내린 국내외의 엉성한 언론 보도가 사태를 키웠다"고 언론에 책임을 돌렸다.


하지만 미 언론은 행정부의 이러한 해명에 코웃음 치는 분위기이다.

CNN방송은 '스파이서의 칼빈슨호 해명은 말도 안 된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칼빈슨호의 한반도행을 시사했음을 지적했다.

CNN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폭스 비즈니스 채널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매우 강력한 함대를 보내고 있다'고 분명하게 밝혔다"며 "북한의 핵실험 도발이 예상되던 상황에서 그 발언은 강력한 지도자가 악당 국가의 잘못된 행동에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었다"고 보도했다.

이어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는 인도양에서의 훈련 후에 한반도로 칼빈슨호를 보낼 것이다'고 말했다면, 당초 발언이 지녔던 긴급하고, 임박하고, 강력했던 경고의 이미지가 담길 수 있었겠느냐"고 꼬집었다.

CNN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캠페인을 시작했던 2015년 6월부터 미국 대통령이 말하고 행동할 수 있는 것의 기대치를 최대한 늘려놓았으며, 이번 일은 그 최신판에 불과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자의적인 언행을 넌지시 비판했다.

ssa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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