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직·폐업하면 대출 원금상환 3년 미뤄준다

입력 2017-04-20 14:00   수정 2017-04-20 15:06

실직·폐업하면 대출 원금상환 3년 미뤄준다

주택담보대출 연체해도 1년간 집 경매 못 한다…9만명 혜택 예상

주택가격 6억원 이하 1주택자로 이용자격 제한

全금융권 대출자 소득정보 한곳에 집적…연체 우려 차주 골라낸다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올해 하반기부터 실직·폐업이나 장기간 입원으로 수입이 끊겨 대출금을 갚기 어려우면 최대 3년간 이자만 갚으면서 원금상환을 뒤로 미룰 수 있게 된다.

또 주택담보대출을 연체했더라도 당장 살 집을 구하지 못한다면 최대 1년간 집 경매를 유예해주는 제도가 시행된다.

금융위원회는 2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가계대출 차주 연체부담 완화방안'을 발표했다.

원금상환 유예 제도는 전 금융권의 모든 가계대출(주택담보대출·신용대출 등) 차주가 이용할 수 있다. 올해 하반기 은행권에 먼저 도입된 이후 저축은행·상호금융·카드사 등 제2금융권으로 확대된다.

유예 제도를 이용하려면 돈을 빌린 사람이 실업·폐업·질병 등으로 대출금을 갚기 어렵다는 사실을 직접 증빙해야 한다. 실업수당이나 폐업신청 서류, 병원 진단서 등을 떼어 금융기관에 내면 된다.

금융회사는 원금상환을 원칙적으로 1년간 미뤄주지만, 두 번 연장해 최대 3년간 상환을 유예할 수 있다.

원금상환만 미뤄주는 것이기 때문에 분할상환 대출인 경우 이자는 그대로 갚아야 한다. 예를 들어 5억원짜리 아파트를 사면서 2억원을 20년 균등 분할상환(이자 연 3.5% 가정)으로 빌렸다면 상환 부담이 월 116만원에서 47만원으로 줄어든다.

이자만 내다가 만기 때 한꺼번에 원금을 갚는 일시상환 대출은 만기가 최대 3년 연장되는 효과가 있다.

문제는 원금상환 유예 제도를 이용하면 만기가 연장돼 대출자가 부담해야 하는 이자도 그만큼 불어난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차주에 선택권을 주기로 했다. 20년 만기 대출 초기에 원금상환을 3년 유예받은 경우 만기를 23년으로 가져가도 되고, 이자가 부담이라면 만기는 그대로 둔 채 남은 17년간 원리금을 나눠 갚아도 된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주택가격이 6억원 이하인 1주택 소유자만 유예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퇴직금·상속재산·질병 관련 보험금이 충분한 경우에도 이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와 함께 금융권은 연체 우려자를 미리 파악해 관리하는 경보 시스템인 '가계대출 119'를 구축한다.

대출 만기일이 2개월 앞으로 다가왔는데 신용등급이 7등급 이하로 떨어져 있거나, 신용대출 건수가 3건 이상으로 늘어난 경우 등이 '경보' 대상이다.

금융회사들은 연체 우려 차주에게 연락해 원금상환 유예 제도를 안내하고, 영업점 상담을 권유해야 한다.

금융권은 대출자들의 소득정보를 한곳(신용정보원)에 모아 공유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연체 우려 차주를 골라내는 것은 물론 대출심사를 더 깐깐하게 하기 위한 작업이다.

현재 금융권 연체 차주는 모두 98만명이다. 사전 경보체계와 원금상환 유예 제도는 이들 차주의 연체를 사전에 막기 위한 장치인 셈이다.

그럼에도 주택담보대출을 연체한 경우엔 지금처럼 은행이 일단 집부터 압류해 경매에 넘길 수 없게 된다.

담보권을 행사하기 전에 반드시 대출자와 상담하고, 대출자가 원한다면 집 경매를 최대 1년간 유예하는 '담보권실행 유예제도'를 올해 하반기 은행권부터 시작한다.

지금은 주택대출을 연체한 지 2∼3개월 안에 은행이 주택을 압류하는 경우가 29% 정도 된다. 3∼4개월 연체 후 압류당하는 비중은 20%다. 절반 가까이가 연체 4개월 이내에 집을 빼앗기는 것이다.

담보권실행 유예 제도 역시 주택가격이 6억원 이상인 1주택자로 이용 자격이 제한된다. 연 소득이 부부합산으로 7천만원 이하여야 한다는 조건도 있다.

또 주택대출을 해준 금융회사의 50%(금액 기준) 이상이 동의해야만 집 경매를 유예받을 수 있다.

담보권실행 유예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 차주는 현재 은행권에서 8만7천명 정도로 추정된다.






담보권실행 유예는 신용회복위원회의 채무조정 프로그램 중 일부로 들어가기 때문에 이용자는 유예 기간 중 연체금리가 면제되는 등 채무조정도 함께 받을 수 있다. 원금상환을 최대 5년간 유예하고 대출금을 최장 35년 동안 나눠 갚을 수 있다.

신용대출 등 무담보채권이나 집을 처분하고도 갚지 못한 잔여채무에 대한 채무조정도 함께 진행된다. 금융기관이 잔여채무를 상각(회수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손실 처리하는 것)한 경우 대출 원금을 최대 60% 탕감해준다.

연체 차주가 경매보다 더 유리한 조건으로 집을 팔 수 있도록 '담보물매매 종합지원 프로그램'도 도입한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운영하는 공매시스템인 '온비드'에 연체 차주의 주택을 매물로 올려 파는 방식이다.

장기간에 걸쳐 여러 사람이 주택 매입에 참여할 수 있고, 가격이 너무 낮게 책정된다면 매각을 거부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온비드를 통한 매각이 이뤄지면 신용회복위원회가 매각 대금을 금융회사에 배분하고, 남은 채무는 채무조정을 해준다.

도규상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가계대출 차주가 연체에 빠지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사전 관리를 철저히 하고, 연체가 발생한 경우 빠르게 연체 상태에서 벗어나 정상적 경제생활로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cho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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