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특별시민'서 최민식과 연기대결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최민식 선배님과 함께 있으면 제가 초짜여서 그런지 평정심을 잃고 떨립니다. 저도 모르게 움찔움찔하고 호흡도 까먹고…한마디로 그 기에 눌렸죠."
배우 곽도원(43)이 영화 '특별시민'에서 호흡을 맞춘 최민식에 대해 "촬영만 들어가면 사람이 완전히 달라진다. 마치 신들린 것처럼 연기한다"며 극찬했다.
곽도원은 '특별시민'에서 3선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변종구(최민식 분)를 돕는 선거대책위원장 심혁수 역을 맡아 최민식과 연기대결을 펼쳤다. 20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곽도원은 "(최)민식이 형님과 (송)강호 형님은 제가 이길 수 없는 분들"이라며 자신을 한껏 낮췄지만, 사실은 최민식에게 밀리지 않는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보여줬다.
곽도원은 그동안 '범죄와의 전쟁'(2012)과 '아수라'(2016)의 악질 검사, '변호인'(2013)과 '곡성'(2016)에서 경찰역 등 주로 전문직을 연기해왔다.
그는 "어떻게 하면 (이미지의) 변화를 꾀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면서 "그동안 비슷한 내용의 시나리오를 계속 받았는데, 이번 작품은 처음으로 선거 자체를 소재로 한데다, 정치인 역할이어서 신선했다"고 말했다.
곽도원이 연기한 심혁수는 자신의 영달을 위해 변종구를 도우면서도, 뒤에서는 그의 약점을 잡아 훗날에 대비하는 권모술수에 능한 인물이다. "선거는 말이야, 똥물에서 진주 꺼내는 거야", "원래 약점 잡힌 놈은 충성하는 법이야"와 같이 현실을 날카롭게 지적한 대사들을 내뱉는다.
"저는 '과정이 어떻든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게 프로야'라는 대사가 가장 인상에 남습니다. 배우들에게도 적용되는 말이거든요. 어떤 순간에도 관객과의 약속을 지켜야 하죠. 얼마 전 돌아가신 김영애 선생님이 이를 몸소 실천하신 분이죠."
극 중 심혁수는 구두에 유난히 집착한다. 수시로 구두를 헝겊으로 문질러 광을 내고, 집 안에도 수십 켤레의 구두를 진열해놓는다.
"사람들이 정치를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라고 하잖아요. 적과 아군을 넘나들며 수시로 바뀌죠. 누구도 적이 될 수 있는 그런 정치판에서 외로움을 느낀 혁수가 구두를 유일하게 자기를 보호해줄 수 있는 부적이라고 느낀 것 같아요."
현실정치에 대한 그의 생각도 궁금했다.
"솔직히 저는 정치에 별로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를 보면서 정치에 관심을 두게 되더라고요. 어젯밤에는 대선후보 TV 토론회를 봤는데, 보고나니까 누구를 찍어야 할지 더 고민이 됐습니다. 유권자들이 영화 '특별시민'을 보고 나면 정말 정치를 바꿔야겠다는 의지가 생겨 투표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곽도원은 현재 차기작 '강철비'(양우석 감독)를 촬영 중이다. 주인공인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역할을 맡았다. 이번에도 엘리트 역이다.
"다양한 캐릭터를 많이 해보는 것이 배우의 욕망이자 꿈이죠. 저는 그동안 깡패 역할은 한 번도 안 해봐서 기회가 된다면 해보고 싶어요. 깡패 같은 검사 역할을 많이 해서인지 제가 깡패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하하."
fusionjc@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