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국민당 고위 정치인·관료 사임·구속 행진 이어져
(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스페인 집권 보수 국민당과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가 부패사건으로 점점 궁지에 몰리고 있다.
마드리드 고등법원이 지난 18일(현지시간) 라호이 총리에 대해 부패사건 재판의 증인으로 출석할 것을 요구한 데 이어, 검찰은 19일 전(前)국민당 마드리드 지역위원장 이그나시오 곤잘레스 의원을 구속했다.
현직 총리가 부패사건과 관련해 재판 증인으로 나서는 것은 스페인 사상 사실상 처음이다.
국민당 소속 고위 정치인들과 관료들에 대한 구속과 기소가 줄줄이 이어지는 가운데 라호이 총리까지 증인으로 소환되면서 수년 동안 진행되어온 소위 '귀르텔 사건'으로 인한 파문이 다시 증폭되는 상황이다.
20일 영국 신문 파이낸셜타임스와 독일 공영 도이체벨레 방송 등에 따르면, 현재로선 라호이 총리가 직접 법정에 출석할지 서면으로 답변할지는 불투명하다.
또 총리 자신이 직접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는 것은 아니며 검찰도 라호이 총리는 사건과 무관하다며 선을 긋고 있다.
그러나 야당 등은 라호이 총리가 국민당 사무총장 등으로 일할 때 일어난 이 사건과 무관하기 어려우며 재판 과정에서 그의 역할과 책임이 드러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민당은 성명을 내어 "총리의 증인 소환이라는 법원의 결정을 존중하지만 동의할 수는 없다"고 밝혔으나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다.
'귀르텔 스캔들'은 프란시스코 코레아를 비롯한 사업가 3명이 1999년~2005년 공공입찰사업에 부당하게 간여, 낙찰받은 업자들로부터 입찰액의 2~3%를 커미션으로 받고 그 일부를 수주에 도움을 준 정치인들에게 뇌물로 준 것이다. 또 일부 공공자금을 횡령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 수사가 수년간 진행되면서 지금까지 국민당 재정책임자 루이스 바르세나스를 비롯해 집권당의 유력 정치인들과 관료, 사업가 등 총 37명이 기소됐다. 아나 마토 보건장관은 집권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인 남편을 통해 뇌물을 전달받은 것으로 드러나자 2014년 장관직을 사임하기도 했다.
지난해 가을부터 진행되어온 이 사건 재판과 아직도 이어지는 후속 수사들은 간신히 정치적 위기에서 벗어난 라호이 총리와 집권당에는 엄청난 정치적 부담이다.
이미 이 사건을 비롯한 각종 부패와 실정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2015년 총선에서 좌파정당 포데모스와 우파정당 시우다다노스 등 신생정당에 표를 몰아줬고 국민당은 물론 사회당 등 기존 정당들의 지지율이 내려앉으면서 과반정당이 없어져 8개월간 정부 구성을 못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이후 제1당인 국민당이 제4당인 신생정당과 소수 연립정부를 구성해 지탱해오고 있으며, 최근 경제성장이 되살아나고 지지율이 오르면서 한숨을 돌리고 있다.
그러나 부패문제를 스페인의 중대과제라고 답한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가운데 진행되고 있는 '귀르텔 스캔들'의 여파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이다.
스페인에선 프란시스 프랑코 총통의 장기군사독재에서 벗어난 이후에도 기득권 세력들이 사회 곳곳에서 힘을 행사하며 부패를 조장해왔다. 지난해 국제투명성기구(TI)의 부패인식지수 조사에서도 유럽 최악 수준으로 평가됐다.
한편 유니세프는 스페인의 아동빈곤율이 40%로 가난한 나라인 루마니아와 장기간 구제금융사태를 겪는 그리스를 제외하면 유럽에서 최악이라고 19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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