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악기 팔아주겠다 속인 뒤, 돈 안주고 악기만 챙겨
(수원=연합뉴스) 최종호 기자 = 억대의 고가 악기를 팔아주겠고 넘겨받은 뒤, 돈을 주지 않은 채 악기만 받아 챙기는 등 사기행각을 벌인 악기상이 철창신세를 지게 됐다.
수원지법 형사합의15부(부장판사 김정민)는 20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모(46)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현악기 매매업을 하던 고씨는 2015년 11월 동료 악기상인 A씨에게 "바이올린이 필요한 사람을 알고 있으니 당신이 가진 악기를 주면 팔아주겠다"고 속여 시가 5억5천만원과 5억2천만원 상당의바이올린 1대씩을 넘겨받았다.
그는 다른 악기상 B씨에게서도 비슷한 수법으로 7천만원 상당의 첼로 등 모두 2억여원 상당의 악기 5대를 받아 챙겼다.
또 "유명한 프랑스 악기 제작자가 만든 첼로를 가진 지인에게서 이 첼로를 싸게 사서 팔면 돈을 벌 수 있는데 살 돈이 모자라니 투자하라"고 꼬드겨 돈만 챙기는 등 고씨는 2014년 7월부터 2년 가까이 동료 악기상, 악기상 직원 등 6명을 상대로 14억여원대 사기를 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고씨는 재판에서 악기값을 비롯한 피해 금액이 부풀려졌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악기는 고유 특성과 제작자, 제작 연도·과정 등에 따라 가격이 정해지기 때문에 다른 물품처럼 정찰가로 피해 금액을 산정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당시 피해자에게 먼저 악기값을 제시한 경우가 많아 산정된 피해 금액에 큰 문제가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은 시가 변동이 심하고 전문가가 아니면 정확한 가치를 알기 어려운 악기의 특성을 이용해 짧지 않은 기간 범행해 죄질이 나쁘고 피해 금액이 큰 반면 회복은 거의 이뤄지지 않아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며 "다만, 편취액과 비교해 실제 얻은 이익은 많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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